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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 유인봉 대표이사

그토록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던 가을 단풍이 낙엽이 되니 다르다.
이제 진을 다한 채 땅에 떨어지니 치우는 일이 일과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 저리 밀려다니는 모습이 정갈하지 않고 지저분하게 느껴진다.

낙엽이 떨어질 때 마다 늘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겁게 들어야 할 빗자루만을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 같이 마당을 쓸고 나자, 남편은 바람을 통해 낙엽을 모으고 나르는 도구인 송풍기를 바로 구입했다. 단 10여분 만에 웽하는 소리와 함께 세수를 한 듯이 말끔해진 마당을 보면서 나는 너무 오랫동안 빗자루 인생만을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이 집에서 20년을 마당쇠로 빗자루질을 무던히 했다. 가을 낙엽과 겨울의 흰눈을 치우며 힘들다는 생각은 했어도,“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으로 살기를 하지 못했으며 부모님이 살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에 바로 해결할 일도 나는 왜 그랬을까! 그토록 오랜시간을.

마당을 쓸고 낙엽을 치우는 일조차 소가 멍에를 멘 듯이 미련하게 그렇게 20년을 살고 나서야 닳고 닳은 빗자루를 겨우 넘어서나보다.  

모든 것이 때가 있다는 것을 잎새 하나를 바라보면서도 또 느낀다.
누구에게나 어떤 시작이 있고 끝이란 것이 있다. 누구에게는 간단한 선택이 누구에게는 목숨을 넘어서야 되는 일들도 이 세상에는 꽤 있다.

뾰족하게 돋아나는 봄의 어린 잎새는 그토록이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짙푸른 여름 잎새는 너무도 시원한 그늘이 되고, 가을 잎새는 욕심가득했던 마음도 내려 앉고 차분하게 한다. 겨울의 하얀 서리 맞은 잎새는 차갑기 그지없다.
어느덧 다른 것들을 살리기 위해 흔적을 부수어 거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이 겨울동안 수많이 떨어진 낙엽들은 바람에 날리고 눈비에 축축하게 젖어들며 그렇게 땅을 위한 거름이 되어갈 것이다.
잎새들의 한 해 살이를 보고 치우면서‘때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가는 것인지’를 다시 또 돌아보게 된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확장되어가는 시간이 있고 가장 화려한 시간의 그 끝머리가 보이는 그 길이와 마디들을 어떻게 하면 매듭을 잘 짓고 이행하다가 “무한한 없음”의 세계로  가게되는 걸까!

“삶을 차곡차곡 배우고 익히고 놓아가는 일”은 온갖 세상 천지의 변화를 보면서 더욱 진지해져간다.
금방 내려놓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그토록 붙잡고 오랫동안 씨름을 하고 난 뒤에 피투성이가 된 그때는 늦는다.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말게 하는 일들을 어서 알아차릴 일이다.

“왜 그랬을까?”나중 되돌아보면 참으로 자신이 낯설어지는 일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시간의 순간순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차릴 일이다. 무언가 어려워도, 고심되는 상황도 살아 움직이다보면“하나”가 보이고 “둘”이 만나진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풀리고 일이 성사되기도 한다.
안 되는 사람이라고 접어놓은 일도 세월이 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또다시 만나는 시간의 선물 같은 것이 사람살이이기도 하다.

그러니 일흔번의 일곱 번씩을 용서하라는 것은 아닐까!
완고하기 그지없는 사람처럼 보이던 이들도 언제 다시 만나면‘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는가’를 생각하며  반가운 이들도 있다.

무엇인가 그를 변화시킨 계기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요즘같이 사람끼리 만나기 어려운 세상에 목소리라도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순간 순간의 우리는 무엇이고 누구일까!

어쩌면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흘러가고 있는 바람이기도 하고, 구름이기도 하고 혹은 순간의 달빛과 햇빛은 아닐까! 그렇게 흘러가면서 잠시 모양이 만들어지기도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그런 생각에 잠기면 이모든 것들의 경직으로부터 가벼워짐을 느낀다.

자신을 무엇이라고 고정시키는 순간부터 삶은 무거워지고 둔탁해진다.
불완전한 존재인 자신이 결정한 것들이“불변”이라고 할 일은 더욱 없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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