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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잘 살았다. 이제 난 간다”
   
▲ 유인봉 대표이사

한 달 후, 94세가 되시는 남자 어르신에게 2남 5녀의 자식들이 있다. 손자들이 15명이다.  
먼저 2년 전 90세까지 살다 가신 할머니와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다.
자식들은 기회가 닿는 대로 한번씩 요양원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유리창 너머로 안색을 확인하고 소식을 주고 받는다.
이번 주말엔 어르신이 머무르는 요양병원이 창립이라고 어르신이“치킨을 쏘신다”고  했단다.

“이제 갈 때가 돼서 가야 하겠는데, 서운히 생각할 거 없고 잘 가라고나 축원해야 해”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이다.
“사람은 이 세상에 한번 왔다 가야 하는데, 나만큼 산 사람도 적어, 그러니 서운해 하지 말아라. 94살이면 적으냐? 나이 많아 아흔이 넘었으니, 이렇게 까지 나이 먹었으면 되었지. 너희도 울지 말고 잘 가라고 그렇게 해여. 그게 원칙이여. 그런 줄 알고 .”

최근에 검찰 공무원 시험에 손녀 한 명이 합격했다.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  많이 왔구나! 검찰 공무원 합격했다는 소리 들었다. 고맙다.  삼촌보다 높은데 돼서 좋구나!”
이번에는 어르신이  한 일주일 있으면 자신이 가실 수도 있다는 말씀에 딸이 아버지의 음성을 담아 왔다.

“나 잘 살았다. 이제 난 간다”는 아버지. 그 말속에는 백년을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의 언어가 응축되어 녹아있다.
눈 앞 유리창 너머에 아버지는 삶과 죽음을 넘어 그렇게 계시고 형제 자매들은 자신도 그렇게 담담하게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고 싶은 마음이 목표가 되었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고, 잘 살았다고 말 할 수 있는 이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으랴! 정신의 분명함과“일주일 남은 것 같다”고 삶의 길이를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아버지는 12월의 마지막 시간의 잎새를 그렇게 세고 계신다.

12월은 어르신에게 있어 아내가 돌아간 달이기도 하다. 수십 년 같이 7남매를 키우고 손자들이 오고간 그 옛집도 10월에 헐리고 큰 길이 난다.
그렇게 한 세대는 가고 한세대는 온다.

매년 12월이 되면 많은 이들은 다시 숙연해진다. 
어떻게 살다가는 것이 좋은지를 다시 묻는 계절.
한 장 남은 달력의 그 첫 하루를 열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나 잘 살았다고 스스로 긍정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하루 하루“나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이제 난 간다”는 생각에 이 세상에 아무 미련이 남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한 인간이 걸어온 인생의 대단함이요,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날마다 마음에 따뜻한 불빛을 켜는 게 필요하다. 하루를 천 날 같이, 천 날을 하루같이 그렇게 살다 갈 일이다.
우리 누구나 모두에게 환한 불빛이 필요하다. 나 자신도 행복하게 해주고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환한 불빛을 같이 켜고 싶게 말이다.

12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행복과 기쁨을 더 없이 갈망한다. 지나간 한 해 동안의 찌들었던 경제와 자유, 가족 간의 상실감, 줄어든 수입과 잃어버린 직업,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과 상실로부터 진심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불빛 하나 걸어두자.
 세상을 어떻게 살다가는 것이 좋은지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말없이 배우고 이웃에게서 큰 가르침을 받는다. 

12월이 되면 이곳 저곳에서 상 받는 소식들이 많다. 그런데 자신에게서 받는 상이 제일이다.
“한 해 정말 잘 살았다”는 내면의 울림이 있다면 그 힘으로 나머지도 잘 살아낼 수 있으리라!
“나도 저렇게 살다가고 싶다”
그렇게 살다가도 좋은 모델을 진지하게 학습할 일이다.

이 세상 “괜히 왔다 간다”던 어떤 이의 말이 귀에 남는 12월이다.
잘 살아봤자 본전,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 단지 깨달음을 가지고 마지막 순간에갈 수만 있다면 그것은 이 세상에 왔다 가는 자신에게 가장 알맞는 상이 될 것이다.

“나 잘 살았다. 이제 난 간다”
우리가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은 어떤 말일까?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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