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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고택의 인내에 마음이 머물다
   
▲ 유인봉 대표이사

요즘에는 오래된 고택과 그곳을 지키는 이들의 삶과 생각에 귀가 열리곤 한다.

묵묵하게 그런 삶을 지킨 가치와 인내를 바라보고 경청하며 비추어보고 새롭게 공감으로 만나는 시간이 된다. 

오랜 이야기와 대를 이은 삶의 흔적이 존재하는 곳, 빗방울 하나가 떨어지는 마당가도 예사롭지 않은 것은 지난 사람의 발자욱과 생각의 흔적을 짐작하며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살고 간 자리에 서서‘과거의 나’와 만나고‘현재의 나’를 점검하고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를 만나는 시간이면 좋으리라!

오래된 옛날은 어떤 의미에서는 결코 빛이 바래지 않는 현재이다. 시간이 머물고 사람이 살던 오래된 고향집 사진 한 컷은 그곳에 담긴 이야기들이 담겨져 말을 건네오는 것만 같고 마치 귀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밭과 어머니의 산소로 가는 산 모롱이 길을 실감나게 찍어 온 지인의 사진.  그 길만 보아도, 보는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오래된 집의 이야기들은 많은 것을 함축해서 지니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뿌리를 찾는 시간과 존재의 여행이 되기에 충분하다.

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던 부분을 함께 살아냈던 부모와 형제들의 이야기가 스며있는 고향집은 그 가족의 서사시이다. 왜 그런집들과 사진 한 컷으로도 그렇게 좋게 느낌이 오는 걸까!

새 것도 좋지만 오래된 것들이 주는 아늑한 평화가 좋다.

그런 자리를 돌아보고 오면 자신을 다시 추스르고 삶의 방향과 에너지를 회복한다.

삶은 누구에게나 늘 만만치 않은 것, 자연과 하늘, 땅, 오랜 고택 아래에서 잠시 회복의 시간을 만난다는 것은 오늘을 뚜벅뚜벅 걷고 또 걸어 내일을 살아갈 힘의 원천이 된다. 

서로 별 특별한 말도 없이 묵묵하게 걷거나 잠시 툇마루에 걸터 앉기만 해도 평화가 내려앉고 돌담위에 얹어진 가지런한 기와장을 바라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삶의 질서를 정리하게 된다. 

 세월을 더하는 형제, 자매의 얼굴, 혹은 자신에게서도 때로는 부모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질풍노도와 같은 시간들을 뒤로 보내며 ‘참 닮았음’을 가 감 없이 받아들이는 시간이면 어떠하리! 그렇게 먼저 왔다 간 옛사람들의 삶의 결도 보고 부모와 형제의 간 길을 아닌 듯 닮아가고 따라가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으리라!

오랜 고택의 숨결에서는‘경쟁’이란 것이 부질없음을 단박에 배우게 된다.

너무나 분주하게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여유 없는 반박에 지친 이들에게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고택이 주는 에너지를 만나라고 하고 싶다.

더할 나위없는 치유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리움이자, 언덕이기도 하리라!

우리는 전진하는 도시와 수십 층 빌딩에 몸과 마음을 담기도 하고 때론 기꺼이 모든 것을 기대고 살았지만 때론 너무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지치고 힘들어졌다. 

 마음이 다시 돌아가는 곳은 고향이며 자연이고 말없는 고택은 아닐까!

고요한 지혜를 얻는 곳도, 어렵지만 용기를 내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도,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떠들썩한 시장보다는 달과 해를 만날 수 있는 동산이다. 

자신의 가치를 다시 찾아내는 것도 어쩌면 오랜 고택이나 고향집 닮은 사진 한 컷을 바라봄에서 가능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동심이 다시 슬그머니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에 가 닿는 순간이 온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까르르 기쁘고 작은 마당에서 흙을 밟고 뛰며 즐겁던 시절에 우리는 보다 더 행복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 때보다 더 많이 알고 가지고 있어도 여전히 가난한 마음이다. 이럴 때 한 번 쯤 자기 정돈이 되는 시간을 찾는다면 유익한 일이다.

우리는 쉽게 지치기도 하지만 강인하게 다시 회복하기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머물던  의식의 문을 열고 다시 가을햇살의 흐름을 고택에서 만나는 순간, 그것이면 된다. 

어렵고 어려워도 다시 살게 되더라는 어른들의 경험과 삶은 오래된 집에 남아있다. 

 힘이 들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고택을 마주하면 인생을 쉽게 살기보다 고단한 손길이 느껴진다. 그렇게 살던 이들이 우리보다 불행했던 걸까? 

평생 몸을 쉰 적이 없이 살았지만 우리보다야 고뇌가 덜한 인생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익을 만큼 익어서 자연스럽게 고택으로 우리 앞에 닿듯이 그토록 자연스럽게 인생이 익어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소산이자 삶이었으면 좋겠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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