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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들의 약진
   
▲ 유인봉 대표이사

텃밭의 노란 들국화와 들깨와 고추, 가지나무, 오이넝쿨, 몇알 푸르게 달린 토마토 나무가 이 가을을 지나고 있다. 거의 열매를 다한 생명의 가지들이지만 최선의 모습으로 마지막 열매를 맺어가는 모습, 끈질긴 생명력의 진기함이다.

다 말라가고 죽어있는 것 같은 줄기이지만, 거두어 정리하려다가도 그것에 연결되어 달린 마지막일 열매들을 끊어버리기에 잠시 망설여진다.

올해의 우리집 텃밭, 그중에서도 단연 약진한 생명들은 들깨였다. 전혀 심지도 않았지만 지난해에 떨어진 작은 씨앗들이 머리를 들고 싹이나고 잎을 주어 나물을 실컷 해 먹게 하더니 가을이 되니 아주 야무지게 여물기까지 했다. 텃밭의 다른 식물들을 거의 포위하다시피한 들깨의 확장성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지난해 들깨를 베면서 떨어진 씨앗이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며 다시 엄청난 배가의 속도와 열매로 이어지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 아마 올해 떨어진 깨톨들이 내년에는 더 대단하게 싹이 날 것이 분명하다.

텃밭 농사를 제대로 짓는 것이 아니라 그냥 풀처럼 피고 지는식물들을 조석으로 조금씩 뜯어먹고 살았다는 것이 옳다. 하늘에서 비 뿌리고 바람으로 먼지 날리고 성장과 확장이 이어지는 텃밭의 생명들. 

비실거리는 식물들은 자리를 빼앗기거나 부실하게 된다. 식물들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숫적으로나 양적으로 확산되는 식물들은 더 야생화된 것들이다. 벌레도 병도 별로 안타고 토마토의 경우 전혀 거름도 비료도 영양제 같은 것도 쓰지 않아서 그런지 땅에 떨어져도 시들기는 하지만 썩지 않기도 한다. 

거의 깨밭이 되어버린 면적에서 들깨들을 베어보니 꽤 많아 보인다. 두어 시간을 들깨를 베고 단을 나르니 그것도 일이라고 얼굴이 빨개졌다. 점심도 참 맛이 나고 달았다. 

한나절 수고스러웠어도 텃밭이 훤해졌다. 돌아보니 돌나물도 참나물도 허브도 딸기도 많이 퍼져나갔다. 저마다 식물들도 자신들의 생명력과 영토를 꽤나 확장하는 시간들이었다. 대단치 않은 풀들의 영역인줄 알았는데 저들도 소리없이 멈추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었다.

끈질긴 인내력과 줄기찬 생명력은 위인에게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

어떤 악조건 아래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풀들에게 박수와 웃음을 보낸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야생화된 들깨를 베어낼 때마다 향기가 참 좋았다.

사람도 마지막가는 길까지 그렇게  향을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주어진 날들 속에서 어떻게 열매를 제대로 맺고 가야 할지 영 조심스럽다. 텃밭의 식물과 풀들이 단지 풀이 아니게 보인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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