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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메모장 passing time
   
▲ 유인봉 대표이사

모처럼 옷장을 정리하다가 책장까지 들여다보게 된 저녁에 내안의 19살의 기억을 만났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큰 수확이었다.

40년 전의 삶의 기억의 조각들, 1980년 초겨울의 메모장들이 한 손에 들린채 그대로 읽어졌다. 한 장 한 장  어제일만 같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그 때 그 시점의 고뇌와 젊은 기운이 다시 느껴진다. 사람이 변하는 것 같아도 본질은 보존되는 것이 아닐까!

한 참을 차분해지며 남의 글을 읽어나가듯 스스로의 필체로 쓰여진 글들을 읽었다.
전혀 지루하지 않은 젊은 나 자신을 만난 시간이후 내내 기분이 좋아져 있다.
 자신의 자신을 새롭게 긍정한다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회춘방법이 아닐까 한다. 그토록 열심을 다해 살아냈던 시간들이 다시 오늘에 힘을 보태준다니.

기억여행을 어느 가을 저녁에 하게 될 줄 정말 몰랐다.
그 시절과 그 때가 다 지나간 것이라 해도 그 기운 한 조각이 발견되면서 마치 영화 한 장면 한 장면 같이, 느낌도 그리고 정서적인 기억도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옷장의 가지 가지 옷들처럼 기억의 저장고에서 오래된 옷을 꺼내 입어보면서 쓸만함을 느끼고 즐거워할 수 있다니.
‘40년의 찰나’를 이어서 살아오는 동안에‘나는 누구였을까?’

많은 기록들은 그토록‘신의 마음’에 들기를 간구하며 찬미하며 썼던 글들이 많다. 80년의 휴교조치의 긴 불안과 두려움이 읽어질 때는 그때의 그 청년의 불안이 안쓰럽고 애절했다.

그 시간이 이후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그 젊은 시절의 생각과 좌표가 평생을 좌우해온 시간이었다.
 때로는 너무 순진하고 고지식하게 살았던 기록들, 간절하게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 그려져있기도 하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려 애쓰며 아버지의 알을 깨고 나가 삶의 어떤 것들을 배우고 알고자 애쓰던 시절의 자신에게 이제는 꽤나 많은 정이 간다.

순간 순간의 모습들에 진심도 고통도 들어있지만 그것은 다 지나가니 눈물조차도 또 아름다운 흔적과 삶이 되었다.
젊은 날의 슬픔들, 힘들었던 그 때가 더 가난했지만 더 부자였던 싱싱한 날들이었다.
청년의 풋풋함이 보인다. 힘찬 숨결처럼 돌아와 힘이 되고 젊은 희망이 살아난다.

실수하며 뛰던 날들의 가파른 숨결과 열심히 살았구나 라는 확인이 그렇게 오늘의 힘이 될 줄이야!
숨어있는 행복을 찾는 여정, 풀벌레 소리 안에 있는 행복과 평화의 발견이 오늘까지 이어져 그토록 숲 속의 삶을 살게 했던 단초였나보다.

맑은 소리, 어리석음을 넘어 그대로 살아있는 사랑으로 존재하고자 함이 40년 세월 사선을 넘어 중단없이 여기까지 오게 한 에너지이다.

아무것이 되지 않아도 좋았다. 단지 나 자신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누구도 부럽지 않은 삶의 여정으로 단지 자신으로 피어나는 길이었다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삶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고 싶은 마음으로 삶을 한 폭의 비단길로 긍정한 지난 날 젊은 청년의 자신에게 박수를 힘껏 친다.

늘 신천지, 설레이는 물결 마치 바위를 힘차게 치고 뽀오얗게 부서지는 살아있는 파도처럼 삶을 안고 살고자 했던 내안의 나를 40년 만에 다시 만나 마음껏 반가웠고 신났다.

우연하게 꺼낸 메모장에서 만난‘전혀 낯설지 않은 나’와 끈질지게 40년을 살아온 ‘나’와 새로운 만남과 신선함을 뭐라해야 하나?

아마도 힘들고 어려운 험곡과 태산 앞에서도 할 일의 끈을 놓지 말고, 잊지도 말고 하늘의 푸르름이 가득한 날을 살라고 하는 것만 같다.
passing time의 힘!!!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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