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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 있게 살아라
   
▲ 유인봉 대표이사

 내일 모레이면 70세가 되는  둘째오라버니가 수술차 큰 병원에 가게 되자, 형제들이 모두 모여들어 마음과 정성으로 잘 되기를 바랐다. 아무리 바쁜 들, 일 다 없어지고, 어서 형제의 건강을 우선하는 마음들이다. 큰 오라버니가 80세요, 맨 아랫 동생이 54살로 줄줄이 여섯 남매가 그 사이사이에 줄이어 있다.

평생 농부로 사셨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큰 재산을 남기지는 않으셨지만 6남매 모두 ‘우애있게 살아가는’법을 가장 큰 유산으로 남겨주셨다.

나이가 들수록 형제가 있음이 얼마나 다행이고 위로가 되는 지 그것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각각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각 대소사를 통해 혹은 일상을 나눔은 그렇게 형제지간의 정으로 이어져간다.

위로 형부가 퇴직을 한 둘째 언니네가 이 여름에는 마늘농사와 양파농사를 아주 잘 지어 차에 싣고 왔다. 어차피 사먹어야 할 양념이니 좋아라 하고 받고 농사에 수고한 마음을 얹어 건네면 그 이상이 또 덤으로 오고 이래저래 마음이 오고 간다.
늘 더 잘해주지 못해서 한이지 욕심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못하는 관계이다.

무엇이든지 다 받아주고 나눔이 가능한 이러한 형제관계가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세대에는 어떻게 이어져갈것인가를 생각하면 때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우리세대는 여러 형제들과 부디끼며 넉넉하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이 있다. 그래서 살아갈수록 서로를 찾게 되고 서로에게 무한한 신뢰와 위로의 자원으로 존재한다.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성취와 목표를 가지고 누구보다도 박수를 받으며 달려가는 세대이다. 때로는 우리세대보다 더 명석하고 지혜와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직관도 있다.

그 많은 삶의 굽이굽이를 누구와 나누며 위로하고 위로받고 살아갈까를 생각하면서 자식세대들을 바라본다.
우리세대는 형제들이 먼저간 길을 뒤를 이어 따라가며 삶의 지혜도 배우고 인내도 알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책에서 배운 것보다 형제자매들의 삶에서 배운 슬기로움이 몸에 배어있다. 마음이 어려우면 정신과 상담이 아니라 형제들과 전화통화만 하고 나도 마음이 뻥 뚫렸다.

앞으로 우리세대가 가졌던 이런 자산들 모두가 서서히 사라지고 우리세대보다 훨씬 더 외로운 세대가 될지 모른다.
그렇게 멘탈이 강했던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면 눈물샘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날이 더 많고 누군가 안아주고 업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강해 보이는 사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너무 연약한 부분이 가려져 있기도 하다.

사람살이에서 온전한 외피만 입고 사는 시간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체면 불구하고 자신의 내면을 열어젖히고 목젓이 떨리도록 눈물을 흘려야 하는 날도 있다.

형제들이란 어려운 때를 위해 하늘이 주신 세상에서 가장 닮은 유전자를 가진 존재들이다. 그러기에 수많은 난관과 오해가 있더라도 그 임계점을 넘어“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것을 알게 한다.

때로는 밖에서 일로 만나는 이들이 있어도 이 사람은 큰 오빠뻘이요, 저이는 작은 오라버니 연배라고 생각하면 형제 자매 같은 마음이 되어 선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알고 보면 다 이웃사촌이요, 악한 모습뒤에도 연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자비심이 일어나고 만다.
미워하는 면도 알고 보면 내 마음 한 쪽이요, 예뻐라 하는 마음도 나의 마음 한 구석이니 이리저리 치이고 얽히는 인생사도 모두 우애가 필요할지 모른다.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형제간에도 먼저 나중이란 것이 없이 세상에 온 순서대로 혹은 순서가 아닌 대로 돌아갈 날이 오겠거니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큰 형제 큰 자매들이 부모처럼 보인다. 그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때로는 슬몃 슬몃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래서 밥풀 하나라도 더 나누고 아끼며 더 소중하다. 모처럼 모여서 먹은 식탁이 귀하고 그 시간을 영원이라 생각하며 고맙게 여기게 된다.

세상사, 마구 던지듯이 싸움 섞인 혼돈 속에서 더욱 내 살 같은 형제자매들의 우애가 그립고 고맙기만 하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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