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유인봉 칼럼
6월의 장미 앞에서
   
▲ 유인봉 대표이사

집으로 들어오는 길가에 심었던 장미가 어느새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 높다랗게 붉게 피어 6월을 맞고 있다. 어느 곳에 얼굴을 드러내던 그 자태가 밝다.

세상사 주눅 들던 마음이 꽃을 볼 때마다 슬그머니 웃음이 피어나니, 역시 꽃은 꽃이다.
이른 아침이면 그렇게 보랏빛으로 환한 물망초가 낮에는 얼굴을 꼭 다무는 모습도 본다.

뭐라 해도 녹음이 익어가는 모습과 힘찬 새들의 소리, 뽕나무 오디열매가 익어 떨어지면서 새들이 잽싸게 날아드는 것도 보인다.

오래보면 두려움이 없는 것일까, 사람 가까이까지 다가와 원하는 오디를 입에 물고 날아오른다.  
산길에는 오랜 풍파 속에 그토록 굵디 굵어온 나무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모습이다. 나무도 그토록 심하게 아픈 모습이 있다. 쓰러질 듯 이미 고사되어 있는 부분도 있지만 한 가지에는 잎새와 꽃이 피어있어 아직 살아있다고 증거한다.

사람이나 나무나 그 많은 세월 속에서 곤경과 고통을 뚫고 살아내고 있는 생존자이다. 더 이상 무력하고 슬프기만 한 이름은 아니다.

어떤 위대한 이름이 아니라 할지라도 생명을 다하기까지 무력할 수 없는 뿌리와 가지가 있고 잎을 풍성하게 만드는 그 몫을 다함이 있다.

찔레꽃 향이 코끝을 스치는 그 향기를 반가워하며 그렇게 6월과 손을 잡고 또 걷는 거다.  
지금까지 느꼈던 삶의 고통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수는 없겠지만 이제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잡아가리라고 기대한다. 지속적인 외로움과 어려움은 불가능하다.

집, 홀로 사적인 영역에서 갇혀있으며 경험한 것들과 감정들이 6월을 맞아 새롭게 선한 방향성을 찾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물리적인 고통도 큰 어려움이거니와 고립감을 통해 폭력만큼 외로움에 노출되어있던 우리들이다.

다시 꽃처럼 향기를 내고, 외롭고 아픈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당연하다. 대포와 핵무기를 두려워했지만, 세상과 우리를 그토록 무력화시켰던 것은 보이지 않는 감염증이었다.

세상을 송두리째 묶어버리고 무너뜨린 이 대단한 힘으로부터 전혀 다른 일상의 시간을 창조해가고 있는 것이다.
깊은 외로움과 빈곤감, 감염의 시대에 진짜 소통과 교감, 성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제는 누구나 철학자 같은 심도 깊은 말을 한다. 그렇게 세상이 처음도 끝도 한꺼번에 다 보여주니 집단으로 깨닫고 있다. 막연한 기대의 미래와 대단했던 과거는 힘이 되지 못한다.  

이제, 스스로 긍정하고 고개를 끄떡여주고 자연스런 눈물 한 방울이 나오는 일들이 소소한 기적이며 깨달음이다. 사람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깊은 내면과 자연스러움, 비언어적인 공감의 시간이다.

사람에게 말을 걸 듯이 풀과 꽃들과 이야기 하는 시대!
사람과 못 만난다고 답답하고 슬프기만 한 지점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시간.

생존자로 사는 날까지 높게 나는 새와 외롭게 피어있는 한 송이 꽃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입을 열고 웃음을 나누며 사는 일이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책이나 게임으로만 소통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내면을 더 많이 닦고 소소한 일들이 다 기적임을 아는 나날들로 가는 것 아닐까!

거대한 물량의 세계에 대한 동경보다는 하루 한 날의 소소한 기적을 누리고 깨달으며 거품 없는 삶으로 가는 거다.
물질에 대한 욕심만이 아니라 명예나 권세에 대한 탐심도 거스림도 덧없다.

습관도 덜어내고 관계도 덜어내고 또 뭔가를 덜어내야 하는 시간.  
하염없이 작아진 나도 있지만, 젊고 건강한 내면의 자아를 찾아 만나며 자신을 읽고 스스로를  지켜갈 일이다.
오랜만에 공책하나 펼쳐놓고 펜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위대한 햇빛의 향연과 더불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그런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
응원할 일은 응원하고 진심으로 무엇이 옳은지를 향해 가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넘고 온 세상도 그렇게 되어갈 것이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기운이며 꽃같은 향기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봉 대표이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