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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고통의 힘이다’
   
▲ 유인봉 대표이사

고통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최근 어깨가 아픈 것이 감지되었지만, 견디면서 그럭저럭 지냈다. 그 고통이 점점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며,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활동 지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반경으로, 삶의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

우리들의 일상은 그렇게 자극에 의한 방향성을 다시 찾고 적응해가며 살아가게 되나보다.
세상에 스며든 고통이 유난히 많이 목도되며,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감염증 하나가 우리가 딛고 서 있던 삶의 터전을 반복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이전과는 다른 동선의 삶을 요구한다.

누군가는 이전까지의 삶이 뒤집힐 혁명적인 날들이라고 말한다. 다시 과거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고통에 익숙하게 변화된 존재들로 살아남아야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날마다 새롭게 유통되고 있는 고통의 크기들을 만난다. 그런 와중에서도 사람은 역시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몇 년 만에 우연히 만난 가난한 이웃은 여전히 순한 웃음으로 반가워한다.

참외가 있어 나눈다며 몇 알을 다시 길거리로 들고 나와 건네준다. 노란 참외에 얹어져서 건네지는 그네의 순한 눈길에 고통이 녹아지는 것만 같다. 고통 중에서도 사람 사는 맛을 참말로 느끼는 순간이다. 

요즘은 묵은지를 된장 약간 풀어 지져먹는 맛으로 큰 고통을 건너가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너무 부러워하던 시절도 이제는 갔다. 소박하게 견지하며 살아왔던 방식이 건강하고 옳았다고 긍정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발견한다. 

마치 너무 엉키듯이 마구 얹어진 양념의 맛을 제거하고 채소의 본 맛을 찾아 가는 것 같은 과정도 있다. 본래의 삶, 본래의 맛을 찾아, 그 원류에 익숙해지면 덕지덕지 입혀진 양념 맛보다 질감이 더 좋다. 그렇게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맛도 좋다.

원래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었는지.  만사가 다 그랬다. 가족도, 친구도, 손아래도, 손 위도, 마치 내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함부로 할 수는 없었던 영역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봐야 아름답고 정확하게 보는 것들이 있다. 적당한 거리를 통해, 너무 지나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소풍 나온 마음처럼 살아갈 일이다. 참으로 고통을 통해 변화해 가는 것들은, 아프지만 근원적인 물음과 답을 들려준다. 높이 떠 있던 공중의 헛된 것들을 부러워할 것 없이, 그저 건강하게 땅을 밟으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지극하고 평범한 진리이다.

생각도 다르고, 사는 모습도 다른 것들의 모진 갈등이 세상에 즐비하지만, 그래도 삶의 첫마음, 그 기본 앞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오고 이것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것은 가능하다.

5월은 고통 속에서도 그 모두를 사랑하기에 족한 시간들이다. 서로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보일 것 같으면 된 것이다. 고통이 우리를 많이 철들게 하고 더욱 깊어지게 하는 시간들이다. 꿈을 짓밟는 상황을 만나도, 우리는 고통에 익어가며 뿌리를 뽑히지 않도록 자라는 힘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넘어지고 주저앉지만 다시 일어나 하던 일, 가던 길을 가게 하는 것, 그것이 고통의 힘이다.

우리가 철이 들어야 할 시간은 온 생애 그 전체이다. 날마다 철 들고, 또 날마다 또 철 들고, 그렇게 철이 들어 갈수록 고통을 이겨내고 아이같이 가까운 미소가 얼굴 전체에 번지는 순수를 얻으리라.

지금은 고통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시간을 경유하는 중이다. 익숙하지 않은‘날 것’ 같은 시간을 삭이고 절이고 녹이는 시간이다. 그렇게 마른 잎 바삭거리는 겨울을 지나, 봄의 입구였는가 했는데 이제 녹음이 우거져가는 여름으로 펼쳐지고 있다. 아! 더 이상 인내하기에는 고통의 신음소리가 나지만, 또 익숙해지며 모두 수행자의 모습과 닮아 가고 있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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