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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철이 드는가
   
▲ 유인봉 대표이사

어제를 돌아보면 왜 그리 어설프게 말을 하고 행동을 한 것인지 혼자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지금 같으면 절대로 그렇게 할 리도 없고 그렇게 뼈진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을 그때는 그렇게 한 일도 많다. 돌아보면서 날마다 가까운 이들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일이 즐겁고 마음과 몸을 해방시켜 준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가끔 차를 타고 가다가 옆에 앉은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 참 고생 많았어요. 나 같은 촌사람 만나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용서해요”

굽이 굽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었던 일들이 문득 방금 있었던 일처럼 떠 오를 때 마다 늘 그렇게 말하기로 했다.
그러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용서못해!”
말을 그렇게 해도 그 사람도 나도 무엇인가 풀려나가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내 마음의 응어리도 그 사람의 마음 한 구석에 있을 미련도 털고 간다.

그렇게 말을 시작하고 나니 가까운 주위로부터 시작해서 더 쉽게 그 말이 나오게 된다.
하고 나면 그렇게 마음이 선선해지고 밝아지는 듯 하다.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빛과 그림자가 있고 용서를 구할 일들이 많다.

철들지 못했던 행동이 생각나면 스스로 부끄럼을 느끼게 된다.  
그 때는 당연했던 일들도 돌아보면‘참 미안한 일이었구나’하는 것은 아마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일이 아닌가 싶다. 철이 들어가는 것은 아마 섭섭한 일보다 점점 더 미안하고 더 고마운 일들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 일로서 만나는 이들과의 관계는 일이 끝나면 그만이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없는 순간 잊혀질 수 있는 모습은 기능적인 인간일 뿐, 그런 관계가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나누는 교감이야말로 그가 높아서도 아니고 많이 가져서도 아닌 진정한 인간애를 통해서 이어지는 것이다.

어떤 이들이 가끔 그 일을 그만두게 될 때 자신을 보는 이들이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잘 못 산 것일 거다 라는 말을 듣게 된 적이 있다.
그것이 그들만의 고백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가워야 한다.
안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으로 마주치는 인간관계야 말로 비극이다.

철이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더 깊어지고 더 사랑스러워지고 더 고마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더 나아가 자신의 역할과 소명의식으로까지 승화되어가는 과정이어야 하리라!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함부로 살던 모습으로부터 하나밖에 없는 목숨의 지고한 사명을 알고 그 뜻을 찾아 진지한 눈빛이 되고 삶이 알알이 채워져 가는 것 같은 것이어야 하리라!

오래전부터 매월 1일이 되면 한 달의 안부를 몇 구절의 시로 보내오는 이가 있다.
처음에는 단체문자로 그렇게 보내는 줄 알았다.
내가 관리대상인가보다 생각도 했다.

그런데 1년, 2년 지속적으로 그렇게 이어져 오면서 한 달이 갈 때마다 한 번만 볼 수 있는 그의 시가 점점 눈에 들어오고 마음으로 읽어진다. 그의 글이 더 깊어지고 있음을 깊이 느끼고 있다.

진정 철이 든 이가 인생을 관조하며 지은 시라 그런지 그 짧은 시에서는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꽃, 깊은 산중에서 길어 올린 산소 같은 냄새가 난다.

늘 명랑한 것 같은 시구에도 슬픔과 아픔 사람의 향이 녹아 있음을 본다.
누구라고 내게 한 달의 한번이라도 좋은 시를 지어 보내는게 어찌 고맙지 않을 일인가!  

철들자 망령이라는 말이 있지만 철이 잘 들면서 맛있게 익어가는 인생을 좀 누려가며 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철이 들고 오늘보다는 내일 더 철이 들거다.
우리는 날마다 철이 들어가는거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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