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유인봉 칼럼
지금 누구에게 내가 더 필요한가
   
▲ 유인봉 대표이사

막 큰 행사장에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화 한통이 왔다. 목소리를 줄여가며 전화를 받자, 만삭이 된 수양딸 은옥이가 손녀딸 소연이와 집에 왔단다.

빈 집에 와서 기다린다니 행사장을 나와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할 일이 태산인데 하필 이 시간에 연락도 없이 왔을까’
둘째 출산을 앞두고 마음과 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소식도 없이 왔다.

애기를 낳아본 어머니들은 안다. 아기를 뱃속에 열 달 동안 품고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마음도 몸도 몹시 지친다.  
서른 다섯, 다소 노산인 은옥이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찌나 바쁜 날인지 연이어 스케줄이 있었지만 선택을 해야 했다.

이러저러하게 일을 만들어가려던 하루의 계획이란 것이 순간 하얗게 되어버렸다.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 더 내가 필요할까’
돌아오자마자 얼른 밥을 앉혀 소찬이지만 정성껏 밥을 해 먹였다.

“애기를 가졌을 때는 늘 남이 해준 밥이 맛있는 법이라더라”
수양딸 은옥이가 맛 스럽게 밥을 두 번이나 퍼 먹었다.
북한에서 온 은옥이는 북한에 내 나이와 똑같은 친어머니가 있다.  

잔칫집에는 내가 있거나 없거나 잔치가 이어질 것이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계급장이 없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처지의 어려움이 있는 이들이다.

시장성으로 말하자면 소위 잘 나가는 이들을 만나야 덕도 보고 사업에도 힘을 얻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살아가노라면 늘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 내가 더 필요하고 함께 있으면 좋을까하는 생각으로 살게 된다. 

며칠 전에는 내게 나무를 주었던 봉바위 농원 가족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2002년 암 수술후 하얗게 창백해진 모습으로 만났던 인연으로“참 딱해 보인다. 젊으니까 꼭 살아야 한다”며 기르던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여러그루 주셨다.

아무리 값을 치루려 해도 사양했고 그때 그 나무들은 우리집 가로수로 자리 잡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도 자라 둘레가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 알게 된 이후로  가족들이 동기간 이상으로 가까이 지내오던 중이다. 친형제도 아닌데 무슨 인연일까! 서로 많이 생각하고 참 많이 정을 주고 받고 살았다.

가을이면 김장으로, 혹은  고추장 단지로 친정 아닌 친정처럼 늘 그런 댁이었다. 그저 눈물이 나왔다. 그 가족들이 우리도 안 우는데 왜 그리 우냐고 내게 물었다.
그냥 그렇게 나오는 것이 눈물이고 정인가보다.

이 세상 살면서 이 땅에서 같이 숨 쉬고 산다는 것이 고맙기만 한 존재들로 보이고 오직 고맙기만 한 관계로 살면 좋겠다. 길에서 만나면 얼굴을 돌리고 못 본체하기보다 손을 흔들며 반가워하는 만남들의 순순함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유한한 삶, 될 수 있으면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살기를 늘 소망한다.  

돈이나 명예나 이익에 민감한 그런 것과는 관계없는 만남이 오래간다.
작은 것 한 가지라도 나누고 그 사람에게 내가 꼭 필요할 것 같아 낮고 작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들의 향기로 남고 싶다.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고 사람다운 만남으로 이어지고, 어느 날 아무시에 만나도 반가운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리 몹쓸 짓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라지만 아직도 우리는 사람인지라 또 사람을 믿는다. 그리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거다.
사람이 가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과 감정들을 나누며, 어디를 가면 고향과도 같이 다 받아줄 사람과 안식처가 되 줄 언덕이 되는 사람으로 살자. 누구나 잠시는 쉬어서 자신의 호흡을 다시 찾고 일어서서 걸어갈 수 있는 언덕으로.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기준’이 존재한다. 때로는 객관적일 수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다.
아주 세미한 가치가 오랜 세월에 걸쳐 하나 하나 쌓이고 그 가치는 곧 자신을 이루어 가는 기준이 된다.
우리의 순간순간은 선택적 기로이며 선택을 한 순간 그 선택한 결과의 주어진 길을 책임지고 걸어가야만 하는 주인공이다.

행사도 많고 방문해서 만남을 필요로 하는 일이 수도 없이 이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나 그렇다.  
순간 순간 누구와 만날 것인가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나의 기준은 누구에게 내가 더 필요한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이 오는 여하에 따라 행동한다.

적어도 더 필요로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곳에 시간도 마음도 나누고 살자.
점 점 더 화려하고 더 큰 것보다는 더 작고 소박하지만 의미있고 기억할 만한 일들이나 사람을 만나자.

세상살이에서는 매우 손해나는 일들이다. 시장성이 많이 떨어지는 일 들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행복감이 느껴지는 곳에 서 있고 정신을 하나 하나 차리며 살일이다.

마구 휘돌아치는 분위기에 있으면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 무엇인지 있는 것 같은데 썰물빠지듯이 겉으로만 화려한 만남을 통해 누구에게 충성하려고 그리하겠는가!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봉 대표이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