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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기대한다
   
▲ 유인봉 대표이사

10월 초하루날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어느 사이 이른 낙엽이 이리저리 춤추듯 날아다닌다.
추석지난 산길에는 마지막까지 떨어지는 밤소리들이 툭툭 구성지다.

누구의 것이라고 이름 없는 밤톨을 부지런히 줍고들 있는 손길들을 본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달라지기 시작할 때는 마음이 웬지 쓸쓸하고 다소 우울감을 탄다.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채소밭엔 가을배추의 속이 차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여름은 혹시 더 살기가 좋거나 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 폭염을 겪으며 너무 더운 것도, 너무 추운 것도 우리들이 견디어 내기에는 힘이 빠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래도 10월은 멋진 날을 기대해도 좋은 낭만의 잔고가 조금은 있을 때이다.
무슨 일이든지 끝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겨울보다 약간은 안심할 수 있는 지점에 서 있다는 거다.

내일 보다는 그래도 오늘은 더 젊은 날의 꼭지점에 서 있을 수도 있다. 마구 현장에서 달리기하던 시절이 그립다고 해도 이 가을엔 그 운동회를 같이 보고 박수치며 즐길 수만 있어도 좋은 거다.

한해의 가을이 깊어 가면 갈수록 생각도 느낌도 깊어만 간다.
올해도 역시 늘 실수한 인생으로 점철되고 좌충우돌 한해였던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경우들로 인해서 깊이 새기어진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수놓아지고 있는 중일거다.

인생의 크고 작은 고난이 없던 사람보다는 수많은 고난을 통해 역경의 용사로 살아남은 소박한 인생들이 알뜰함도 알고 더 멋진 날들을 살 줄 안다. 작으면 작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자족할 줄도 알고 남의 아픈 형편도 더 잘 헤아린다.

남의 처지에 서보는 일이 많은 사람들은 이미 천국이 저들의 것이리라. 낮은데도 서보고 높은데도 이해하는 모습으로 바로 자신 앞에 서 있는 그 순간의 앞사람을 잘 대접하면 곧 신을 대접한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나중에 잘하겠다는 다짐이란 것도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 마음 있을 때 그 마음 그대로 잘하고, 있는 것 그 자체로 베풀고 잊어버리면 족하다.

가장 좋은 사람들과는 된장찌개에 밥 한공기라도 이 가을의 선선함과 더불어 멋진 날 잡아 나누어 먹을 일이다. 마음 맞는 이들과 먹는 밥이 보약이고 기가 골고루 퍼진다. 체면으로 먹는 밥은 밥을 먹은 기분이 안날 뿐더러 때로는 먹고 나서 배가 고파지기도 한다.

김치 한 가지를 놓고 먹어도 눈치 안보고 즐겁게 먹는 것이 멋진 것이다.
세상을 살면 천칭만칭의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큰 집 앞을 지나다가도 괜히 기죽을 일 없이 멋지게 살다가자.

가장 자신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가라는 것이 세상사이니 언젠가는 내게 올 멋진 날을 기대할 일이다. “전진앞으로”만의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 하루 멋진 시간을 살아보아야 미래도 멋지게 이어지게 된다.

10월 초하루에 길에서 만난 다소 높은 님네가 아파서 명절내내 입원했다가 나왔노라고 했다.
그에게 있어 10월은 9월말보다 더 멋진 날이다.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면 오래 살으라는 덕담을 많이 하고 지나간다. 복 받으라는 말도 많이 건넨다. 말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고 할수록 멋진 말이다. 

큰 아픔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병원에 누워 있으면 창문 밖 두발로 걸어다니는 이들이 모두 신선같아 보인다. 걸어만 다녀도 아무런 불만이 없을 것 같은 소망이 간절하다.

그뿐이랴! 송사에 얽혀 본 이들은 알겠지만 그보다 더 가슴을 후벼파는 아픈 시간들이 없는 법이다. 그럴 때는 법적인 일에만 휘말리지 않으면 무슨 일이든지 다 고마워할 것만 같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멀리하고 행복을 간절히 소원한다. 한 가지 가슴에 언짢은 일 없는 이가 어디 있으랴!
법적인 일로 엮어 1년여이상을 고생하는 이가 있는데 죽을 지경이라며 10월에는 꼭 마무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람을 갖고 기도중이란다.

새벽에 눈물이 주르룩 나더라고 했다. 이왕이면 덕담으로 눈물이 다 맑혀주고 씻어줄 것이라 말했다. 그가 훨씬 더 가슴이 안정되는 모양새를 봤다.

누구나 다른 이들의 형편에 서 보면 재판관처럼 해주는 분석보다는 따뜻한 햇살처럼 말 한디의 위로가 그렇게 고맙고 오랫동안 힘으로 남는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들이 이 가을을 사는 이들의 스토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삶은 고달팠지만 그래도 한 줄금 빗줄기 같이 멋진 날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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