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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 유인봉 대표이사

추석을 앞두고 누군가의 조상일 묘지의 잔디를 깎고 돌보는 이들이 간혹 눈에 띄인다. 새벽에는 온달로 차오르는 중인 반달이 둥실 뜬 모습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추석이니, 추석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여 가을의 익은 곡식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하고 햇 곡식과 과일에 서린  하늘과 땅의 기운을 맛보게 될 것이다.

한해 한해 명절을 맞으면서 세월이 쏜살같음을 느낀다. 그리고 아직도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에 젖는다.

어느 정도 세상을 살면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더 많아서 가슴도 더 넓어지고 편한 세상을 살 줄 알았다. 언젠가 세상살이는 하나하나 계단을 오르듯이 혹은 마치 한 학년 한 학년 고학년으로 올라가듯이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돌아보면 연습해 본 일이 없는 일과 부딪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 살아있는 삶의 모습이었다.
세상은 아직도 모르는 것과 새롭게 익혀야 할 것도 많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처럼!” 참 마음에 드는 말이다.
그렇게 딱 맞춤한 말과 삶이 있을까!

세상사 안다고 하는 것과 살아오면서 익숙해진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내려놓고 새 것들을 배우고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리의 오장육부를 비우면 마음이 비워지고 기운이 골고루 순환이 된다고 한다.

약간의 시장끼를 느낄 때의 상쾌함을 즐겨본 사람은 오장육부를 비워 마음이 비워진 청정한 기운을 알 것이다.
추석 무렵이면 누렇게 익은 벼를 따라 걷던 논둑길이 생각난다. 농약도 많이 치지 않던 시절에 맨발로 논흙의 보드라운 기운을 느껴본 감촉은 지금까지 싱그럽게 남아 있다.

농부이셨던 아버지는 늘 자신이 “지게 대학”을 다녔노라고 우리들에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많이 가지지 않았지만 땅이 준 소산을 늘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시며 우애를 가르쳐주셨다.

농사에 전념해서 부지런히 무거운 짐을 마다않고 지게를 많이 지고 다니셨다. 명절이면 아버지가 유난히 좋아하신다며 녹두전을 많이 부치시던 어머니의 능숙한 손놀림과 둥글고 고소했던 따끈한 녹두전이 떠오른다.

지금은 아버지와의 삶의 방식이 너무나 판이하게 다르고 다르게 살아가야 하는 시절이다. 아버지는 벼를 베며 사셨고, 우리의 생산수단은 전혀 다르다. 육체적인 성실함만으로는 날아가는 돈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엄청난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 시절을 사셨던 원로들이 가르쳐주는 삶의 코드를 그대로 이식해서 적용하고 살기에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날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지니 하나하나 신기한 것도 많고 적응해 나가는 것도 힘들기도 하다.

요즘은 네 식구가 모여도 청년세대인 두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에 적당히 끼어들었다가 침묵모드로 전환한다. 끼어들려고 해도 전문성에서 도저히 대화상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끔 “너희들의 방언에 끼어들 수가 없다”며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한다.

음식의 맛도 젊은 세대들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버렸다. 그러니 귀를 쫑긋하고 듣거나 추천하는 맛을 같이 먹어본다. 결코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는 세상을 상상해보기 때문이다.

이제는 같은 시간대를 살지만 다른 세계를 살아가며 시시때때로 안내와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다.
인생이라는 학교는 그렇게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 새댁시절에는 시댁에서 명절이면 전을 부치고 부엌일에 집중하다보면 힘도 들고 속으로 골이 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평안북도 영변이 고향이신 시아버지는 부침개를 부치는 두 며느리의 손길을 바라보며 고향 이야기를 하셨는데 해마다 들었던 이야기이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고스란히 들어드렸다.

지금 그 분들이 옆에 계시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그립고 쓸쓸한 일인지, 그때가 정말 행복하고 완벽한 한가위였던 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아이들의 추억 속에 존재할 것을 안다.

추석명절이 누구에게나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렇게도 좋은 한가위가 되길 바란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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