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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색들’

‘물을 들인다’라고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봉숭아물이다.

어렸을 적 손톱에 빨간 봉숭아 꽃잎들을 돌 위에 곱게 찧어 명반과 소금을 넣고 잘 으깨어 손톱 위에 놓고 아주까리 잎사귀로 손끝마다 곱게 묶어 하룻밤 얌전히 둔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톱 위에 잘 얹혀진 놈은 물이 잘 들었건만 옆으로 비껴진 놈은 손톱보다는 옆의 살에 더 많이 착색되어 피부가 물속에 퉁퉁 분 것 모양 퍼져 있다.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안 빠지면 첫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터무니없지만 약간은 설레는 기분을 안고 말을 믿으며 손톱을 안 깎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땐 명반과 소금을 왜 넣는지도 모른 채 그저 기쁨과 즐거움 속에 예쁘게 만들어진 손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지금 천연염색을 하며 매염제로 명반과 소금을 쓰면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때도 하룻밤 묶고 자야 물든다는 어머님 말씀에 빨리 물드는 것 보고 싶어 손톱 위에 찧은 봉숭아 놓고 조금 있다 들어 보며 궁금해 확인해 보길 여러 번, 아마 그 궁금증이 지금도 여전한가 보다.

포도 먹다 앞자락에 묻힌 포도물이 보랏빛으로 얼룩져도 연시 먹다 옷에 묻히면 지워지지 않아 애를 먹던 내가 지금은 색 입히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들에, 산에 어디에서도 흔히 보는 여러 가지 들풀들도 봄이 되면 나무 손질 해 주기 위해 잘라 주는 가지들도 그리고 버려지는 양파껍질, 밤송이, 도토리깍정이, 길가의 소리쟁이, 뽀리뺑이, 달개비, 애기똥풀, 방가지똥들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 회색, 밤색 등등 무수히 셀 수도 없이 많은 색들이 자연에 숨어 있다.

치자를 더운 물에 우려서 눈으로 보면 밝은 붉은 색이나 천에 물을 들이면 채도 명도가 높은 노란색으로 물든다.

치자가 가지고 있는 원래색은 17가지나 되는데 그중 노란색이 가장 많고 염착이 잘 되서 노란색으로 물이 든다. 그러나 매염제를 달리 쓰면 다른 색으로 변신을 하니 그 또한 재미있고 흥미롭다.

또한, 자연에서 얻은 색들은 우리의 건강도 지켜준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염증에 증상을 완화시키며 습한 것을 제거하고 색 자체가 눈의 피로를 덜어 주어 마음을 안정시켜 온화하게 해 준다.

직접 염료가 주는 빠지지 않는 화려한 색들 보다 우리 야생화가 주는 튀지 않고 은은한 색과 향기를 닮은 우리 자연의 색이 나는 참 좋다.

강정운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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