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퇴근길에 문을 열어 보는 곳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따뜻함과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오는 느낌과 책장에 가득한 책들이 눈을 뜨고 웃고 있는 모습으로 반기는 15평 남짓한 도서관 그루터기다.

그루터기는 1989년 수원에서 300권의 책으로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취미삼아 무료로 책을 빌려주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교환하여 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1996년 김포시 통진읍에 6천권의 책으로 설립한 작은 도서관이다.

도서관 설립을 시작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서토론 “터‘(통진고교)학생들과 매월 독서토론과 답사활동 및 회지 발간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본 몇몇 관심 있는 지인들과 선생님들이 주시는 후원금이 모이면서부터다. 

”터“의 사회사업으로 목표가 되었던 것을 통진 공부방 김동혁 촌장님께서 공간을 교섭하여 주시고 늘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최철호 원장님 등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통진읍 서암리 마을회관에 마련하게 되었다.

삼년간의 준비 끝에 도서관이 개관 되면서 도서 관리 프로그램을 기증하시는 분과 오천원 만원씩 후원 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도서관은 하루 100여명이 이용하는 작은 동네의 활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

그루터기는 무료 도서 대출과 어린이를 위한 문화행사를 기획하여 동화읽기, 문화답사, 독서토론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문화기능을 하게 되었다.

『작은 문화운동-주변을 아름답게』
마을 단위마다 문고 형식으로 설립하여 운영하던 새마을 도서관 이후로 지역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이 작은 도서관 세우기 문화운동이다. 김포에서는 책나눔이 처음 설립되면서 아파트 단지와 면단위로 확대 되어 활동하다 김포 시립도서관이 설립 되면서 해산하였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활발하게 작은 도서관 활동이 계속 되고 있으며, 김포에서도 작은 도서관 설립운동이 시민들 중심으로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웃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운동은 어느 한사람의 뜻과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이해로 시작되고 운영되지만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기본이다. 도서관 그루터기도 칠년 동안 9천권의 책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다 결국에는 장소와 운영비를 해결하지 못해 2004년 4월 폐관을 하게 되었다.

해지는 저녁 퇴근길에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늘 눈을 뜨고 웃고 있던 자식 같은 책들 중에서 3천권은 통진 중학교로 나머지는 서암 초등학교로 기증 하면서 그루터기는 문을 닫았지만, 그루터기를 통하여 만났던 아이들과 도움을 주었던 이웃들은 지금도 왕래를 하고 있다.

도서관을 이용했던 분들과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그루터기가 좋은 이미지로 자리하여 나중에는 또 다른 문화운동을 만들어 나가는 잠재된 씨앗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주변 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다양한 문화시설이 이웃해 있는 동네다.

주변 자연환경이 건강하고 주변문화 환경이 산책하듯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이 많은 지역일수록 생활이 각박하지 않고 작은 것도 서로 나누고 배려하며 여유 있게 살아가는 동네가 될 것이다.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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