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한 번 뿐인 인생을 정말 후회 없이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모든 이의 바램일지 모른다.
빈 손으로 이 세상에 나와서 주먹가득하게 쥐거나, 얻으려고 아등바등 살다보면 언젠가 결실의 때가 온다.

어떤 이는 일찍이 인생의 결산을 맞이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오랜 세월을 경유하고서야 그렇게 결산을 통해 자신이 이 세상에 왔다가 간 인생경영의 총계를 알 수 있기도 하다.

이 세상에 오래 머물러 살고 싶다고 하여도 꼭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은 사람도 있고 그렇게 이 세상에 미련이 없어도 오래오래 세상사를 목도하고 사는 이들도 있다.

한동안 적어도 10여년을 못 본 사이에 만나보면 그동안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얼굴에 들어있다.
10년 강산이 무색하리만큼 싱싱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가꾸고 살아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러저러하게 세파에 시달리고 자신의 삶의 혼돈 속에서 갑자기 많이 변하고 팍 늙어버린 이들도 있다. 

요즘 2년여 만에 만난 어떤 분은 은퇴 후에 농장을 가꾸면서 아프리카 사람처럼 까만 얼굴이었는데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는 구리빛 얼굴이었다. 

넥타이와 양복차림의 그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이 운동화를 신고 자신이 가꾼 밭에서 양배추 한 통을 따서 내미는데, 그것은 그의 150가지가 넘게 심어서 꽃피어난 온갖 나무와 꽃들의 정원과 농장을 함께 향유하며 나눈 소중한 이야기들과의 총체였는지도 모른다.

보라색 양배추가 그를 닮아 단단하게 여물어 있었다. 아직도 구순이 넘은 어머니와 함께 농장을 가꾼다는 환갑의 아들의 사랑이 부러웠다.

적어도 50대 이후 70대 이후의 삶에 있어서는 몇 년의 나이 차이는 별로 중요하게 드러나지 않을 만큼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이 그대로 그 모습에 들어 있음을 본다.

소유와 웅켜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을 보면 언제나 아름답게 치장을 해도 뭔가 내려놓지 못한 에너지들의 탁함을 느끼게 되거나 오래 같이 있으면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늘 내려놓는 기도와 삶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한 번 보면 기억에 남고 두 번 더 만나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사람에게서 숲속 풀냄새가 난다고 느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떤 영역에 있든지 깨달음의 좋은 에너지는 다른 이에게도 전달되고 부담이 없이 흐르는 물결처럼 그렇다.
일단 뭔지는 모르지만 부담이 있는‘일’이나‘사람’은 차분하게 고려해 볼일이다.

사람을 만날 때 무엇인가 소유를 위한 길로 계산하고 만나거나 들어서는 일도 경계할 일이다.
그런 일들은 언제나 이면에 상처를 동반하고 있다.

인생은 소유보다는 공유의 경험이다. 그것이 더 진보된 삶의 진실한 멋과 품격있는 맛이다.
무엇인가 좋은 것을 공유하려는 아름다운 마음과 나눔을 사는 사람들의 얼굴은 신을 닮아 선한 모습이 그대로 그림이다.

하루의 삶을 살고 시간을 소비하고 생활하는 가운데 한 번 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즐겁게 살아가는 일은 결코 많은 소유에 있지 않다.
설레임이 있고 기분 좋은 공유의 시간과 경험에 투자하는 일이 더욱 값진 일이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가지고 가야할 공유의 경험은 기쁨과 사랑과 잔잔한 평화로움이다.
현실이 변하지 않아도 현실을 바라보고 빛을 어디에 비출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일일 것이다.

좋은 이들과 공유하는 시간은 성장하는 시간이다. 지금껏 살아왔던 삶이 비추어지고 수정할 것은 과감하게 수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50대 이후에는 근육만 경직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굳어질 수 있고 생각도 유연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럴수록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 물질의 소유나 그밖의 웅켜쥐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나 물질이나 혼자 가지고 자랑하는 것은 한 두 번이다.
그 자랑을 듣는 사람은 고역이다. 

내가 가진 것이 시간이라면 시간을 통해서 그리고 물질, 재능이라면 그것을 통해서 공유의 경험을 살려나가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살리고 남을 살리는 길이고 이 세상에 一의 생명으로 와서 百과 千과 萬을 얻는 길이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이 지구상 누구보다는 못 미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유하고자 하면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천하는 경계가 없이 모두 자신의 것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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