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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과 애기사당(?)<정현채의 김포문화 읽기>

   
154고지에서 애기봉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나 늘 함께 살아왔던 가족이 전쟁으로 생사도 모른채 헤어지고, 전쟁이 끝나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지내온 세월이 50년을 넘었다.
애기봉은 '애기'가 평양감사를 기다리던 세월을 몇 번 넘고 넘어 이제는 김포에서 살고 있는 2,000여 가구 10,000여명의 실향민들에게는 통일을 기다리는 애환의 땅이 되었다.

『조강물이 남북을 꾀 뚫어 민족의 한을 껴안고 띠같이 흐르네
여기 한강을 가로질러 선 없는 금을 그어 놓았다. 누구의 짓이냐.
피는 강물보다 진하다. 민족은 하나요 둘이 아니다.
여기 애기봉을 보라
사랑하는 이를 잃고 일편단심 북녘하늘을 바라보다 통곡하다 죽었네
병자호란 때 일이다.
오늘날 우리들 온 겨레의 상심과 같다.
아아 대한민국 해병대 의기충천 멸공통일의 깃발을 높이든다』

애기봉은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방문해 봉우리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애기의 한(恨)은 강(江)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가지 못하는 1천만 이산가족의 한과도 같다며, 그동안 154고지로 불리던 이 봉우리를 '애기봉'이라고 이름하고 전망대 밖 오른쪽에 친필휘호로 '애기봉'이라는 비석을 세웠다. 비석의 아랫부분에 있는 시는 (고)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이곳을 둘러보고 느낀 감회를 시로 표현해 부대에 헌시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부여의 낙화암도 타사암 또는 추사암으로 부르다 지금은 낙화암이 공식 명칭이 되었다.

낙화암과 궁녀사당
國波山河 異昔時 獨留江月 幾盈虧
落花岩畔 花猶在 風雨當年 不盡吹

『나라가 망한 산하에는 옛 시절과 다른데
홀로 머물러 강에 비친 저달은 차고 기울기 얼마이던가
낙화암 절벽에 꽃은 오히려 피고 있으니
당년의 모진 비바람도 불어 다하진 못하였구나』

   
조선시대 문인 석벽 홍춘경 선생이 부여를 기행 하던 중 낙화암에서 백제를 생각하면서 쓴 시로 목판에 전서체로 음각 되어 있었던 것은 사라지고 후손들이 시문을 전해주고 있다.

낙화암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으로 부산(浮山)과 오른쪽의 천정대 사이로 흐르른 백마강의 아름다움을 볼 것이고, 이곳에서 백제가 망하는 날 침략군을 피해 궁녀들이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의자왕과 삼천궁녀를 연결시키는 생각들도 할 것이다.

『백화정 밝은 달에 백마강 물결 잘제
두견이 울고 울어 삼천 화혼 부르건만
어찌타 낙화암은 대답 없나 하노라』

평생 백제사를 연구하고 보존에 심혈을 기울였던 연제 홍사준(1905-1980)선생이 남긴 낙화암이라는 시다. 홍사준 선생은 백제의 마지막 왕이라는 별호를 얻기도 했다.

낙화암은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비애와 슬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노래와 글들이 계속되는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 있으나 낮과 밤 언제든지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다. 그렇지만 애기봉은 정해진 시간에만 출입을 할 수 있는 묶인 곳이 되어, 낙화암처럼 달밤의 정취가 묻어난 시 귀절은 나올 수 없는 곳으로 아직도 절제된 기다림이 가슴으로 쌓이기만 하는 장소가 되었다.

애기봉이 느낌의 폭을 넓게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천년이 지난 낙화암 만큼 기다림의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통일은 되지 않았어도 출입만큼이라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찾고, 출입을 자유스럽게 할 수 없다면 애기와 실향민들의 기다림과 염원을 생활속에서 거듭나는 문화로 풀어나가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는 것이 이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할 것이다.
 

   
애기봉과 낙화암이 2005년 현재에는 서로 다른 뜻으로 강(江)을 품고 서 있지만, 역사적인 흐름에서 부여 주민들은 당나라 침략군들에게 쫒기다 낙화암에서 죽은 궁녀들의 한을 달래 주고자 낙화암과 함께 있는 부소산에 궁녀사당을 짓고 매년 백제문화제 행사기간에는 궁녀들의 넋을 달래주는 문화행사를 지속하면서, 생활속의 문화로 천년의 시간을 오늘과 내일까지 자연스럽게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포 쑥갓머리산 애기봉도 애기공원, 애기묘, 애기상, 애기사당 등등 사랑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주제 설정으로 생명력을 갖는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계속>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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