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12시면 잡채, 돼지고기, 고등어조림, 빈대떡, 봄나물 등 ‘손 맛’냄새 물씬 나는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이 ‘진수성찬’의 주인공들은 이 마을 어르신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난 지 이미 오래. 혼자 남겨진 적적한 노인들을 위해 이 마을 부녀회 회원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맛깔 나는 밥상을 차려내는 것이다.

김정억 전호리 부녀회장은 “처음엔 어르신들에게 쌀을 조금씩 쥐어줬어요. 그러다 반찬 한두 가지 담아드리던 것이 이렇게 매일 점심을 짓게 됐네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그리곤 “진지를 잡수시면 얼마나 즐거워하시는지, 가실 때면 고맙다고,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신답니다”라며 “그 모습이 저도 너무 행복해 이렇게 매일 점심을 차려 드려요”라고 말한다.

가정주부인 부녀회원들이 매일 2~3시간 씩 모여 일을 하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고, 또 40인분 이상의 식사를 매일 준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부녀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면서 이 마을 노인회 김윤권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쌀과 김치에서부터 쌈짓돈까지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고, 부녀회원들도 정기적으로 회비를 걷어 ‘사랑의 밥’을 짓고 있다.

매일 이곳에서 점심을 드시고 계시다는 이간난(85세) 할머니는 “여기 오면 친구도 있고, 말벗도 있고 좋아. 그래서 밥도 더 맛나”라며 자란자란 따라진 매실주 한 잔을 식사와 곁들이며 즐겁게 웃으셨다.

전호리 부녀회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밥 퍼’를 외치겠다고 한다. 또 그 끝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며 오늘도 열심히 밥을 펐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하나 둘 자리를 떠난 전호리 마을 회관에는 적적한 노인들의 외로운 발그림자들이 내일을 기약하며 맴돌고 있었다.

김성숙 기자  ss@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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