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노인봉사학교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7일, 웃음소리를 따라 들어간 여성회관 3층 행사장에서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머리도 환하고 웃음도 환한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입니다. 그이름 멍청이 같구나~♬” 이름을 묻고 답하는 가벼운 레크레이션이었는데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모습이 어린애들 같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입가에 그렇게 행복을 걸어 놓은 이도 한참 할머니다. 재치있는 말솜씨와 좌중을 휘어잡는 순발력이 보통이 아니어서 전문강사를 모셔왔나 했더니 같은 봉사학교 입학생이란다.

홍순혜(64) 할머니의 이날 진행은 센터 담당복지사의 구원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젊은 사람으로서 나이 드신 분들 대하기가 덜컥 겁이 났던 게다.

작년까지 서울 강서구 송정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임 후 올해 이곳 자원봉사학교에 지웠했다는 홍 할머니는 만능 재주꾼이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피아노까지, 홍 할머니에게 있어 삶은 ‘즐겁기만 한 것’ 같다.

현재 여성회관에서 노인들을 위한 글쓰기 교실 강사로 활동중이고 매주 수요일엔 서울 장충동에 있는 노인전문기관인 상록대학교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포크댄스를 가르치고 있다.

한달 70여만원의 제법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글쓰기 강사직은 센터에 봉사회원으로 등록하면서 센터관계자의 추천을 받고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강의가 있는 날은 하루 4시간을 꼬박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이를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할머니의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을 찾을 수 없다.

할머니만의 비결은 명쾌하고 단순하다.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 할머니는 그렇게 ‘즐겁게’를 입버릇처럼 연신 반복했다.

“즐겁지 않으면 즐거운 일을 찾고 근심은 빨리 털어버릴수록 좋다”는 홍 할머니는 “봉사센터 교육기간 동안 노인들에게 포크댄스를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한 조사에 의하면 일하는 노인들은 더 건강해지고 삶의 의욕도 크다고 한다.

홍 할머니는 “조금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주변에서 배울 기회도 일할 기회도 얼마든지 있다”며 “나이와 숫자에 움츠러들지 말고 즐거운 일을 찾을 것”을 권했다.

홍 할머니의 건강한 삶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남의 얘기만도 아니다. 할머니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행복한 노년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살아있는 한 인생에 은퇴는 없다.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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