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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스트레스

며칠 있으면 한가위 추석이다. 예로부터 추석은 설날과 버금가는 큰 명절이다. 어릴 때는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새 옷을 얻어 입고, 용돈도 생겨 마냥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추석은 즐거운 날이 아님을 깨닫는다. 어른들이 계시는 고향 집을 왔다갔다하는 일이 부담스럽고, 시집살이하는 아내 눈치 보느라고 괴롭고, 친척 조카들부터 시작하여 어르신들에게 지출되는 만만치 않은 용돈들도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마음을 무겁게 한다. 추석이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위해서 동시에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은 한마디로,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부터 도망갈 때 사용될 에너지원을 모으고 소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의 해소를 위해 우리 몸은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일들이 우리 몸에서 일어난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면 가장 먼저, 몸의 부신 피질에서 소위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티졸’ 호르몬이 분비된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셀수록 ‘코티졸’은 빠른 속도로 우리 몸의 혈관을 따라 이동하고, 혈중 포도당의 농도를 높여준다.

이 포도당은 몸의 각 부위에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원료가 된다. 다음으로 교감신경계의 자극에 의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이유는 갑자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때 필요로 하는 많은 양의 산소를 혈액에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말초 혈관의 근육이 수축하여 혈관을 좁아지게 한다. 혈관이 좁아지면 혈압을 상승시키게 되는데, 혈압이 상승하게 되는 것은 혈액을 온 몸으로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더불어 기관지를 조절하는 근육은 확장되어 많은 산소를 체내로 흡수되도록 한다.

또, 불필요한 체액의 분비를 줄이기 위해, 입 속에서는 침이 마르고 손과 발을 비롯한 온 몸에서는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올라 간 체온을 낮추기 위해 진땀이 난다. 다른 부위에서의 많은 에너지 소모를 위해서, 소화기 관련 기관들은 가급적이면 운동성을 줄인다. 즉 음식물이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다.

한편,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면 쓴 만큼 우리 몸에서는 해로운 활성화 산소(유해 산소)가 많이 생산된다. 또한,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는데, 아드레날린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두 가지 반응으로 우리 몸은 암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 다른 질병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지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고, 소화력이 떨어지고, 몸에는 유해 산소가 쌓이고, 몸의 면역 체계가 약해지는 일 등 어느 한가지도 우리 몸에 이로운 일이 없다.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스스로 마음을 다독거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을 징조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이 글을 떠올리고 스스로 진정했으면 좋겠다.

손영운  shonja@emp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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