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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의 김포일기] 천수와 승민이

참 대단한 청년들이다. 스페인 프리메리가 레알 소시에다드의 이천수와 아테네올림픽탁구 남자단식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유승민을 두고 하는 생각이다.

이 두 젊은이가 대단하다는 것은 단지 빅 리그 출전선수라거나 금메달리스트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대단하다는 것은 그들의 자세를 두고 이름이다.

2002년 월드컵 이전부터 유심히 보아온 천수는 참으로 맹랑한 아이였다. 실력은 여느 한국선수와 별다를 바 없고, 경우에 따라 골문 앞에서 동료선수에게 패스하는 것이 훨씬 나을텐데도 골 욕심이 앞서 헛발질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국민의 눈총을 사기도 한 선수다.

그런 천수는 유럽이나 남미선수들에 비해 몸집도 작고 기술도 볼품 없지만 다른 선수와 남다른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이었다. ‘짜식들, 니들이 하면 나도 한다’는 오기어린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상대를 제쳐내기보다 볼을 빼앗기는 횟수가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상대수비를 제쳐내기 시작하더니 월드컵과 이번 올림픽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말았다.

승민이도 마찬가지다. 결승전에서 만난 왕하오라는 중국선수는 그동안 여섯 번 싸워서 여섯 번 패했던 상대였다. 뿐만 아니라 준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도 여전히 녹슬지않은 기량을 지닌 스웨덴의 세계챔피언 발트너였다.

그런데 이 두선수를 대하는 승민이의 태도는 이전의 한국대표선수들과 사뭇 달랐다. 88올림픽챔피언 유남규나 아테네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하고도 승민이에게 양보한 김택수가 지니지 못한 품새를 가지고 있었다.

승민이는 어쩌다 이긴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유남규나 김택수가 노심초사하며 어쩌다 챔피언을 이긴 경우가 아니라 확고한 자신감으로 상대를 내려다보며 경기를 이끌어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활약에 대한 생각은 곧장 ‘나’와 ‘우리’로 일컬어지는 기성세대의 문제로 다가왔다. 이들과 기성세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랬다.

지금의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자신감’이었다. 청년들은 자신 있게 살아가고 있으되, 기성세대는 자신감결여와 이에 따른 비굴의 문화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왔다. 

기성세대는 식민지와 전쟁, 그리고 전후 복구과정에서 생산성중심의 개발독재시대를 살아오면서 제국주의와 강대국, 그리고 독재정권에 억눌려 살아오면서 어느새 ‘비굴이즘’과 기회주의를 ‘삶의 지혜’로 여기며 살아왔고 ‘슬기롭게도’ 체질화시켰다.

미국이 문제 있어도 감히 운운할 수 없었고, 정권이 반민주적이어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힘있는’ 명분으로 눈감고 살아왔다. 그러니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한 자심감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겠다.

반면 ‘요즘 젊은 놈들’은 거침이 없다. ‘싸가지 없게’ 보이기도 하고 도무지 겁내는 놈이 없다. ‘어흥’ 이나 ‘이노~옴!’ 이 통하지 않는다. 부당하게 금메달 빼앗기면 미국이라도 ‘오~노!’ 하면서 덤벼든다. 일본이나 중국이 역사를 왜곡할라치면 인터넷상에서 난리가 난다.

그래서 이들의 등장에 나는 안도한다. 가난에 찌들리고 권력에 눈치보며 커왔던 기성세대가 못하는 생각과 ‘큰일 날 일’을 젊은 친구들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주눅들어 상대의 잘못을 보고도 못 본채 했던 우리 기성세대들, 젊은이들의 엽기발랄한 자신감을 ‘싸가지’로 치환해 야단치고 혀를 차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던 우리 기성세대를, ‘젊은 놈’들은 자신감 넘치는 실력으로 제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국운상승의 징조다. 선조와 선배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청년들의 기상은 못 말릴 국운도약의 전조다. 더 많은 천수와 승민이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천수와 승민이들’을 위해 기성세대는 열심히 살아야 할 역사적 책무도 있다. 

세례요한이 있어야 예수가 있고, 유성룡이 있어야 이순신이 있었듯이, 이제 기성세대는 새로운 한국, 도약하는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분골쇄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지금 세계 중심국가로 이동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김석수  pw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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