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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의 김포일기] 과거사청산과 정치원리

과거사청산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정치권의 논란도 논란이지만 특히 세대간 생각이 많이 다른 듯싶다. 3~40대 이하는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자는 의견이 주류인 듯 하고, 5~60대이상은 경제가 어려운데 과거만 들추냐는 힐난성 여론이 지배적인 듯 하다. 언뜻 보면 다들 일리 있는 생각들이다.

그런데 일리 있다는 말은 각기 다른 차원에서 볼 때 그럴 듯 하다는 말이지 과거사문제에 대해 양시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시론만이 성립할 뿐이다. 즉 세계가 아직은 ‘국갗와 ‘국민경제’ 단위로 발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사회정기와 정통성은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갖은 핑계를 대고 딴지거는 부류는 근본적으로 우리사회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희박한 사람들임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권이 경제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은 틀린 지적이 아니다. 단지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경제가 걱정인 사람에게는 과거사문제도 경제문제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집권자가 경제살리기에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되지만 여기에서 ‘과거사에 매달리기보다’ 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이는 매우 불순한 동기를 내포하게 된다.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정리하고, 경제는 경제대로 살리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과거사청산을 한다고 해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거기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정도를 몰라서 일부 야당과 국민들이 문제제기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문제의 본질은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이 아닐까. 알다시피 박정희 전대통령이 과거사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의 장녀인 박근혜씨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으니 자연히 정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치의 원리를 인정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과거사청산작업이 박근혜 대표를 낙마시키기 위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부분 맞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이 그 정치적 음모를 부당한 것으로 간주한다면 그 음모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국민들은 절대다수가 과거사정리를 하자고 한다. 말하자면 야당의 정치적 음모론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민주정치란 권력의 주인이 따로 없는 시스템이다. 왕정하의 군주처럼 특정권력이 선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값싸고 질좋은 정치상품을 내놓고 경쟁해서 국민의 마음을 산 놈이 권력을 일정기간 가지라는 체제다. 그러기에 경쟁을 인정하는 민주정치하에서 경쟁의 수단인 ‘정략’은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략적 배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주장을 무시할 수 있는 명분을 움켜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 정략이 국민의 안녕과 배치되느냐에 있다. 배치된다면 당연히 그 정략을 구사하는 집단은 망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략이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고, 건전한 질서형성에 도움이 되는 정략이라면 그런 정략이야말로 현대 민주정당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략’인 것이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온 민의배신의 정치문화 때문에 ‘정략’은 그 자체로 불순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명한 국민이라면 정당의 정략을 국민편의에 맞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은 과거사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이 열등한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 사안이 계속 쟁점으로 살아 있도록 시비걸고 딴지거는 것은 아둔한 행태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정상적인 정략’을 가진 정당이라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에게 ‘과거사 많이 캐서 잘먹고 잘살아라’는 자세로 협조하여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치부를 먼저 드러냄으로써 후일 선거에서 ‘과거사’란 쟁점을 미연에 차단하는 것이 훨씬 수지맞는 장사가 될 것이다.

그 대신 한나라당은 자신들 주장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라도 경제문제에 ‘올인’할 필요가 있다. 여당은 과거사에 집중하게 하고 한나라당은 경제를 살리는 최초의 야당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실점을 줄이고 득점을 늘리는 길이다. 내가 한나라당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김석수  pw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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