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 솎기가 한창이어야 할 석모리의 배 밭이 하얀 망초로 뒤덮혔다. 하얗게 타들어간 농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망초꽃이 한창이다. 아무 향기도 없고, 사람들의 손길을 끌만한 매력도 없지만 길가나 경작을 하지 않는 거름기 없는 농지의 망초무더기는 녹색의 이파리와 하얀꽃과 노란꽃술이 조화를 이뤄 제법 볼만하다.

망초가 많이 늘었다. 농사가 한창이어야 할 심은지 몇년 안된 배 과수원에 망초무더기가 배나무만큼이나 크게 자랐다.

새도시예정지역 석모리. 지난해 이맘 때까지만해도 농사가 한창이었는데 어느새 망초밭이 되었다. 마치 씨를 뿌리기라도 한 듯 꽤 넓은 과수원을 하얗게 뒤덮었다.

망초의 꽃말이 무얼까? 꽃말이라고 할 것도 없이 망초는 말 그대로 '亡草', 망할 풀이라는 뜻이다. 구한말 을사조약이 맺어지던 그 해에 망초가 온 나라를 뒤덥을 만큼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것이다.  이미 그 이전부터 가뭄에 흉년이 들면 망초가 흐드러졌다는 것이다. 거름기 없고 돌보는 손이 적은 곳일수록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 망초이기에 요즘같은 가뭄에 망초가 많이 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흐드러진 망초를 보면서 농민들이 생각나는 것일까? 최근 신도시 면적이 축소되느니, 그대로 되느니, 우리동네는 빠지고 다른 지역이 편입되느니 말들이 많은데 정작 그 가운데 농민들은 말을 잃었다.

망초밭 너머로 작년 이맘 때 "차라리 고려장 지내고 내 땅 가져가라"면서 호미질을 하던 86세 노구 임 할아버지 부부의 절규가 여전히 들리는 것 같아 자꾸 할아버지의 포도밭을 넘겨다 본다. 여전히 포도밭이 깨끗한 걸로는 분명 올해도 농사를 짓고 계실게다.

이제 한쪽에서는 신도시 예정지 발표 후 건축허가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그들 중에는 '신도시가 빨리 되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사람들도 있다.

또 한편에서는 1년을 넘게 싸우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아우성도 들린다. 환경과 과학기술의 집합체가 될 김포 새도시 계획이 발표된지 13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흔들리는 새도시 계획 속에서 농민들의 마음은 망초처럼 하얗게 타들어갔을 것이다.

늘어 가는 망초만큼이나 희망을 잃는 주민들이 늘어가는 것이다. 새도시가 되던 안되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고, 희망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서는 안된다. 새도시 계획이 망초밭만 늘리는 계획이 되지 않길 바래본다.

심재식 기자  js@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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