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삼아 매일 저녁 풍무동 뒤로 나있는 농수로를 걷고 있다. 풍무동 끝자락에 위치한 프라임빌 아파트에서 48번국도까지 난 농수로를 따라 왕복하면 대략 1시간쯤 걸리니 매일 하는 운동으로는 제법 건강에 도움이 된다.

더구나 이 농수로는 깊이가 3~4미터인데 수위가 산책길 가까이까지 올라와 찰랑찰랑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해서 어느 분의 지적처럼 영화 ‘흐르는 강물’에 나오는 강물처럼 상쾌한 느낌을 맛볼 수 있게 한다.

그런데 걷는 횟수가 거듭되면서 아쉬운 생각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날파리가 극성이다. 그래도 여럿이 걷다보면 달라붙는 날파리들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어 조금은 낫다. 그러면서 이 날파리떼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영락없이 환경문제로 귀착된다.

이 농수로는 바로 옆에 넓은 들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또 하나의 용도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풍무동의 주택과 공장들에서 나온 오폐수들이 방수되는, 일종의 하수로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농수로의 여기저기에 하수관로가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특히 기존 공장과 주택들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이 농수로로 모두 흘러든다고 한다. 이렇게  농수로에 오폐수가 흐르니 거기에 각종 날파리들이 서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쯤 되면 시민의 삶의 질을 책임져야 할 시청의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청책임론보다 전제되어야 할 것은 주민의 의식이다. 적지 않은 주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걸으면서도 날파리떼나 오폐수의 문제를 불편하게 생각은 해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니 누군가 나서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책마련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수고와 헌신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당국은 이 문제를 주민요구가 있기 전에 먼저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당장은 날파리떼 퇴치를 위해 예산부담이 적은 방역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농수로를 담당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와 시당국은 농수로로 흘러들어 주변 환경을 해치고 있는 오폐수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별도의 하수관로설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걷기에 불편함이 없는 길로 만들 의무를 다했으면 한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문한다면 이 농수로를 ‘시민의 강’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인근 부천이 없는 강도 만들어 ‘시민의 강’을 만들었듯이 기존에 있는 농수로를 농업용으로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더운 여름날 김포시민들의 피서처가 될 수 있도록 수위를 1미터정도로 낮추고 동네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나와 미역을 감으며 풍요로운 김포의 여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다. 물론 이를 위해 농수로 주변에 제법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나무들을 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다.

농수로를 따라 걸으며, 나는 꿈을 꾼다. 김포의 곳곳에 널려있는 농수로가 김포들판의 젖줄일 뿐 아니라 김포시민모두에게 풍요로운 안락과 휴식을 주는 젖줄이기를. 세상살이에 지쳐있는 김포인들에게 걷고 싶은 김포, 안락한 쉼을 주는 김포이기를 꿈꾼다. 그래서 풍광도 푸르고 마음도 푸른 김포가 된다면 떠나가는 김포가 아니라 돌아오는 김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는가.  모든 사람이 동시에 꿈을 꾸면 꿈은 현실이 된다고!

김석수  pw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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