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내 길임을 알고 가는 사람은 행복하다.

화백 권운택씨(60)에게 그림은 ‘삶’이다. 그 삶이 자연을 닮았다.

미술전 ‘색다른…色’이 열리고 있는 시민회관에서 권 화백을 만났다.

그림쟁이 특유의 ‘빵모자’ 아래로 유난히 발갛게 그을린 얼국색이 혼자 여름을 만났나 싶다. 담배를 태우느라 연신 입으로 가져가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굵다. 손가락 끝의 손톱이 빠지고 깨지고, 어느 하나 성한 게 없는데.

며칠 전 모를 냈다고 한다. 권 화백은 농사를 짓는다.

누구나 추구하는 행복을, 그는 반평생 그림을 통해서 얻었지만 정신과 몸의 새로운 활력은 땅에서 얻는다고 했다.

“어려서 담벼락을 화폭삼아 그림을 그려 아버지에게 ‘못난놈’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는 권 화백은 정규 미술학교를 거치지 않고 화단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한 때 빠르고 담백한 동양화의 매력에 빠져 의재 허백련 선생의 제자들이 운영하는 미술원에서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이는 자신의 화풍을 개척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의 수묵화에서 기름의 끈적임이, 유화에선 물의 맑음이 엿보이는 독특한 화풍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국미협에서 동양화분과원이면서 서양화 제2분과위원장인 점도 특이하다.

그는 그림의 모티브를 대부분 자연에서 얻는다고 한다. 자연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자 자신의 원천이다.

자연에 대한 깊이를 알기 위해, 받아들이기 위해 그는 땅을 배운다.

“땅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지, 욕심을 내면 용서하지 않는 것이 땅이야. 욕심내고 거름을 잔뜩 줘봐, 뿌리째 없어져 버리지. 하지만 게으른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기 위해 씨는 남겨놓는 것이 땅의 마음씀씀이라네”

지금 살고 있는 하성 석탄리가 고향이다. 그림에 반해 25년여를 외지에 떠돈 때가 있지만 결국 자연의 섭리를 따라 다시 회귀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별로 하는 것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맞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농사를 짓는다. 두 가지 일밖에 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맞다. 한 가지 일에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을 타박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황인문기자  p3344@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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