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한걸음에 통일의 염원을 담아

“비록 삼팔선은 남과 북을 가르고 있지만 백두대간은 아무 말 없이 남과 북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에서 시작해 백두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심재칠씨.
그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한민족의 얼이 서린 백두대간을 오르고 있다.

백두대간. 아직도 사람들에게는 낯 설은 표현이지만 그에게는 한반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소중한 단어다.

그는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큰 산 줄기를 ‘대간’으로, 작은 줄기를 ‘정맥’으로 불렀어요. 마치 우리 몸을 표현하듯 국토는 하나의 소중한 신체였는데 허리가 잘리고 말았어요”라고 말한다.

그가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과 결단이 필요했다.

1989년 군대를 제대한 후 찾았던 지리산에서 벅차오르는 가슴을 느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삶은 일상에 젖어갔고 또다시 지리산을 찾는 데까지는 14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다시 찾은 지리산에서 한반도를 이어주는 백두대간의 웅장함, 그리고 그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은 통일의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지난해 9월 시작한 백두대간 대종주는 지리산군과 덕유산군, 속리산군, 오대산군, 설악산군 등 한반도 남쪽의 24개 구간 중 열 번째 구간인 덕유산과 지리산의 접경지역에 이르렀다.

그는 빠듯한 시간을 내어 오르는 백두대간의 한걸음 한걸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한발짝 한발짝 걸으며 느끼는 백두대간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아름다움을 미약하나마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다.

“걷다보면 때론 잘려나간 백두대간의 붉은 살결을, 때론 군락을 이룬 은방울꽃에서 희망을 느끼기도 한다”며 “마치 우리의 삶을 말해주듯 백두대간의 모습이 우리의 삶을 닮았다”고 말한다.

2004년 5월. 그는 머지않아 백두대간의 5분의 2에 해당하는 구간인 속리산에 오를 것이다. 그는 삼팔선이 가까워 올 때까지, 어떤 날은 물도 없이 마른 빵을 삼키며 밤 하늘의 별을 벗 삼아 맑은 하늘을 이불삼아 지친 몸을 쉬게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은 몸에서 뿜어 나오는 국토사랑과 한반도 통일의 염원은 오늘도 백두대간과 함께 한반도를 흐르고 있다.

심재식 기자  p4141@gimponews.co.kr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