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가뭄이라는 재해 앞에서 농업을 걱정하고 농민을 격려하며 한포기의 모라도 더 심기 위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나라는 앞날이 밝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까닭은 왜일까?가뭄이나 홍수보다도 더 무서운 바로 국민의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이란 나라와 나라간의 관세를 철폐하는 협정을 뜻한다. 다시 말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의 농축산물이 관세 없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우리 농업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농업의 직접 피해액만 2조1천2백5십4억원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세계1위를 자랑하는 칠레산 포도가 무관세로 수입된다면 국내 시설포도 농가와 비슷한 시기에 출하돼 연간 3백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며 세계 3위인 칠레 사과 수입으로 연간 9백4십억원, 배는 1천1백5십9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기타 과실은 키위 3백억원, 단감 4백9십억원, 자두 5백6십5억원, 복숭아 1천억원, 감귤 3천억원 가량의 농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축산물의 경우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6천억원, 닭고기는 1천5백억원 가량의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케언즈 그룹 등 기존 농산물 수출국들도 칠레와 동등한 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현재 WTO 농업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농업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는 것은 시장개방을 최소화 하려는 국민적 요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공산품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 값싼 농산물을 들여와야 된다는 비교우위론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이미 식량은 무기화 되고 있으며 한번 무너진 농축산물의 체계는 하루아침에 되살릴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세계 각국들은 농업에 대한 보호망을 확보하고 있으며 산업간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농업은 농민들의 힘만으로는 지키기가 벅차다. 온 국민이 이번 가뭄극복에서 보여준 농업에 대한 성원과 격려와 관심을 더 큰 재앙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반대로 모아야 할 것이다.
<제108호 7면/2001.6.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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