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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지마! 날아가잖아주말 김포 곳곳이 '황홀경'
세밑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김포평야가 누런 속살을 드러내면서 철새들이 천국을 만났다. 며칠 동안 하얀 눈에 뒤덮여 먹잇감이 없었던 탓인지 눈이 녹자 더 많은 철새들이 김포평야를 뒤덮고 있다. 철새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지금 김포 곳곳은 ‘飛上’중
고촌에서 한강변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갯벌 위에 불쑥 솟은 하얀 어름바위 사이에서 물질을 하는 철새들이 눈을 구속한다.
31일 오전 11시경, 누산평야에 기러기 수천마리가 내려앉았다. 듬성듬성 쌓인 낟가리(볏짚을 쌓은 모습. 露積(노적))와 조화를 이룬 기러기와 오리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달리던 차들도 어지러운 듯 속도를 줄인다.
4각의 모양으로 반듯하게 정리된 누산평야는 철새들을 위한 ‘철새 도시지역’이다. 이곳은 사람보다 철새가 먼저다. 기러기는 기러기대로 한 구역을, 오리는 오리대로 한 구역을 나누어 누산평야를 덮은 것이다. 비행선도 없고 담장도 없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법칙은 질서 그 자체다. 기러기가 내려앉을 때 앞으로 내미는 노란 발이 앙증맞다.

이날 오후 48번 국도변 운양평야에도 수백마리의 떼가마귀가 신도시 구획을 넘나들며 눈을 어지럽힌다. 누가 그들을 凶兆(흉조)라 하였을까? 아름답기만 한 것을...
운양동에서 제방도로를 따라 홍도평야까지 오는데 멀찍이 보이는 한강에는 대충 봐도 수만마리는 되어 보이는 철새들이 앉았다. 여기 저기 앉은 무리가 생소하기까지 하다.


턱시도 입은 재두루미
급기야 호동평야에 와서는 입이 쫙 벌어졌다. 온 몸이 황토색이요 날아오르니 흰 빛이 감도는데 도대채 무슨 새인지 알 수가 없다. 날개 짓은 기러기인데 분명 기러기는 아니다.
철새모니터링을 하는 윤순영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황오리란다. 그때서야 누를 黃(황)자 황오리라는 것을 알겠다.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한강변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날아오는 것일까? 잿빛 턱시도에 검은 넥타이를 두른 재두루미 50여 마리가 하늘을 난다. 천연기념물 제203호. 세계적으로 1천여마리만 남았다는데 많게는 운 좋은 날엔 80~100여마리의 재두루미를 홍도평야에서 만날 수 있다. 재두루미는 사람들을 눈을 즐겁게라도 하려는 듯 화려한 비상과 우아한 날개 짓을 보여준다. 물론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날아오르고 내려앉는 오리며 까마귀, 기러기떼는 홍도평야가 네 땅도 내 땅도 아닌 ‘우리 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이 다시 올수 있도록 약속을 지키면서
음력 정월이 지나면 얼음이 풀린다. 희한하게도 설이 1월에 있건 2월에 있건 설만 지나면 동치미에서 군내가 나고 김치에 골마지가 낀다. 그렇게 얼음이 풀린다.
해동이 되고나면 부지런한 농부들의 손이 바빠질 것이다. 논갈이가 시작되고 아직 태우지 못한 볏짚 연기가 홍도평야를 비롯한 김포평야를 자욱하게 덮을 것이다. 그때 즘이면 철새들도 하나둘 수천 킬로미터의 여행을 위해 날개를 펼칠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철새들은 요즘 ‘아름다운 비상’ ‘아름다운 군무’를 공짜로 공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넘어서는 안 될 자연의 경계선을 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들판을 가르는 칼바람소리가 한결 잦아들었다.
주말, 김포들녘 곳곳에서 펼쳐지는 철새들의 향연. 그 황홀경에 빠져보자. 인간이 넘지 말아야할 경계선만 지키면서...

<누산평야의 철새들…31일 누산평야에 수천마리의 기러기와 오리들이 내려앉았다. 바닥에 검은 점처럼 보이는 것이 모두 기러기와 오리다. 앉은 자리가 너무 넓어 카메라에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사진 / 심재식 기자>

심재식 기자  p4141@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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