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가 시설관리공단 설립 문제를 놓고 '포기냐, 강행이냐'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게 됐다.

지난 11일 열린 김포도시공사 이사회에서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조건으로 경기도가 제시한 '김포도시공사 3년 내 청산계획안'이 부결됐다.

풍무역세권개발사업 등 10개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3년 내 도시공사 청산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포시청 국장 2명이 이사로 등재된 도시공사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은 경기도의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는 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경기도와 시설관리공단 설립 협의를 벌여 오던 시는 행정자치부의 '1자치단체 1지방공기업' 방침에 따라 두 차례의 협의 끝에 지난해 11월 이 같은 조건으로 경기도로부터 시설관리공단 설립안을 승인받아 올 2월 시설관리공단 설립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12월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청산될 도시공사의 대규모 사업추진이 무리라는 의회 지적에 따라 시는 시설관리공단 설립 승인 15일 만에 이를 이행할 수 없다며 '5년 내 청산안'을 경기도에 전달했다.
설립안 승인 잉크가 채 마르기전에 합의사항을 번복한 것이다.

시는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공단설립 시점을 2월에서 4월로 수정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7일 공문을 통해 조건부 승인안 이행과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경우 사정 변경사유를 첨부해 재협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재협의가 법적 사항은 아니지만 이를 무시하고 공단설립을 강행할 경우 우려되는 경기도와의 마찰과 행자부로부터 받게 될 교부세 삭감 등의 패널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다 다음 달 풍무역세권개발사업 SPC(특수목적법인)설립을 위한 시의회의 출자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예상되는 혼란방지를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조기에 결정을 내려야 해 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단 조건을 수용한 뒤 정치적 상황 등을 봐가며 청산시기를 미루거나 존속시키자는 주장도 있지만 꼼수로 비춰질 수 있어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얘기다.

유영록 시장도 12일 신년 브리핑에서 "두 공기업의 존속이 바람직하지만 1개 공기업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의회 의견 등을 반영해 조속히 결정하겠다"며 고민의 단면을 드러냈다.

김포시는 정부의 지방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11년 도시개발공사와 시설관리공단을 통합해 도시공사를 출범했지만 급여체계와 업무성격에 따른 이질감, 면세되던 시의 대행 사업에 대한 부가세 부담 등의 문제에 따라 경기개발연구원 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지난해부터 재분리를 통한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해 오고 있다.

권용국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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