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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올라기리 프랜치 패스 정상 | ||
이쯤이면 정상이겠지!
23일 일기를 24일에 밀려 쓰고 있다. 23일 다울라기리 메인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의 등정이후 히든벨리에서 심각한 고산증세를 겪느라 미처 일기를 쓸 처지가 아니었다.
베이스캠프에서 약간의 울렁거림을 느껴 타이레놀을 두 알씩이나 챙겨 먹었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아침 무렵에는 컨디션이 좋았다. 정상에 오르는 날이니 만큼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가고 가파른 언덕에서“이쯤이면 정상이겠지”하며 남은 온 힘을 다했다. 그러나 산 너머 산이라 했던가?
정상위에는 또 산이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산위에 산이라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다.ㅤ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탓에 남아 있던 힘을 소진해서 그런지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 내려갈래요
정상에 올라가는 날은 따로 점심을 먹을 수 없어서 휴대용 비스킷, 짜빠띠, 초콜릿, 잼을 먹어야 했다. 등정하는 중간쯤에 도시락을 열었다.
도시락은 아이스크림처럼 차갑게 얼어 있었다. 일단 배에 무언가 들어가 있어야 힘을 쓴다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차갑게 식은 짜빠띠를 입에 쑤셔 넣었다. 아뿔싸, 몇 분 후 속이 느글거리기 시작했다.
배가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고 곧 이어 엄청난 두통이 시작되었다. 그 말로만 듣던 고산증 증세가 정면으로 닥쳐온 것이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한발 한발 옮기는 것이 고역이었다. 분명 가쁜 숨을 쉬지 않고 들이켜고 있는데 전혀 숨이 안 쉬어 지는 것 같았다. 거의 엎드려 있는 나를 보고 뱀바 셰르파가 물었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내려갈래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미쳤어요?”
이미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이미 일행들은 정상에 올랐고 나는 뒤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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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 다올라기리 산 전경 | ||
정상에 오른걸 축하해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다가 주자앉아 버렸다. 주저앉은 곳 앞에는 돌무덤같은게 있었다.
손으로 돌무더기를 쓰다듬었다. 파트너 셰르파인 치링이 다가와 말했다 .
'정상에 오른걸 축하해'(다울라기리 정상 5400m)
첫 번째 봉우리 다울라기리 정상에 도착했다. 하지만 감격은 잠시, 조작가는 나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치링과 함께 빠르게 '히든벨리(4900m)'로 내려가라 했다.
히든벨리(4900m)로 가는 도중 3번의 구토와 여섯 번 정도 쓰려져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마침내 히든벨리에 도착했고 밤새 두통에 시달리며 한 시간에 하번씩 깨며 숨을 고르는 악몽 같은 밤을 보냈다.
지금에서 회고하면 조진수 작가는 내가 고산증으로 죽는 건 아닌가 많이 걱정했었다고 했다. 밤새 3번씩 한 시간마다 나를 깨워서 숨소리를 확인했다고 했다.
김희대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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