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난유 원장 (수한의원/대곶면)

며칠 전에 한의사협회 회장이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시연회를 개최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진단기기 사용이 어려운 것이 아니며 양방의사들만의 성역(聖域)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현행법상으로 이는 불법이다.

양방의사들은 이슈화 되는 것을 우려해 고발은 안한다고 발표했는데, 평소 많은 한의원들이 이런 일로 고발당한 것을 생각하면 조금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한의사는 현대 과학이 만들어준 기계들을 왜 사용하면 안되는가. 양방의사들 중 일부는 학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많은 사람들은 한의학의 정체성에 대해 오해를 한다. 단순히 음양(陰陽)과 오행(五行)같은 철학적인 개념들을 논하고,“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는 학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한의학은 비과학적인 학문이라는 편견이 있으며, 과학의 산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학은 항상 철저하게 실용적인 학문이었으며, 항상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이 있는 학문이었다.

한의학도 여타“과학적 학문”과 마찬가지로 관찰과 분석에 의해 생겨났으며, 당대의 기술과 사고(思考)의 한계 내에서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발전해온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또 새로운 발견이나 기술이 생기면 최대한 그것을 학문에 반영했다.

2천년 전에 쓰여진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이미 의학의 기초가 되는 해부학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 있다. 그리고 관찰과 분석을 통해 인체의 생리나 병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슷한 시대에 나온 상한론(傷寒論)은 실질적인 임상 자료를 바탕으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현대 일본 의사들이 이 책에 나온 처방들을 아직도 그대로 사용하고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랑하는 동의보감은 그 시대 이전의 모든 의학 정보를 정리하고 낡은 부분은 추려가면서 만든 것이다. 청나라 시대에 와서는 서양 문물이 들어오자, 양약과 한약을 혼합한 약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현대의 한의사는 19세기 사람이 아니다. 과학적 사고를 하며, 교육도 많이 받는다. 편의성이나 경제적인 부분을 제쳐놓더라도, 한의사가 진단기기를 학문적인 한계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복지부와 양의사협회가 국민건강의 증진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강난유원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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