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난유 원장(수한의원/대곶면)

한약 복용에 대해 상담하다보면 특히 여성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한약 먹으면 살찌지 않나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약은 자체적인 칼로리가 거의 없으며, 스테로이드제같은 양약처럼 살을 찌게 만드는 부작용은 없다. 한약이 살이 찐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우리가 이렇게 영양이 풍부해진 시절이 오래 되지는 않았으므로 예전에는 살 찐 사람보다 못 먹고 영양이 부족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소화기계통이 망가지기 때문에 그나마 먹어도 소화·흡수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그런 영양불량으로 수척해진 사람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보약들이 있는데, 이런 약들은 알맞게 복용하면 소화기 문제로 인해 영양 흡수를 잘 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입맛도 좋아지고 영양흡수도 잘하기 때문에 살이 오르게 된다. 그리고 살이 오른다는 것은 조금 찐다는 것이지, 갑작스럽게 체중이 많이 증가했다면 다른 문제가 생긴 것 일 수 있다.

영양상태가 대체적으로 양호한 현대에서는 소화기계통에 문제가 없던 사람들이 보약을 먹는다고 갑자기 식욕이 더 좋아져서 많이 먹게 된다던가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식욕도 어느 정도 몸에서 향상성, 즉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채워진 이후에는 그 이상으로 식욕이 급격하게 늘어나거나 그러기는 쉽지가 않다.

특히 사람들이 녹용에 대해 오해를 하는데, 녹용을 먹는다고 입맛이 무한정 좋아져서 자꾸 먹지는 않는다. 비위계통이 허약하고 차가운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입맛을 원상태로 돌리는 기능은 있어도, 과하게 항진시키는 기능은 없다.

가난했던 사람이 돈이 갑자기 생기면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듯이, 입맛이 별로 없던 사람이 입맛이 생기면 그것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과하게 먹어서 살이 찌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다.

하지만 조금 조절하는 법을 배우면 이 역시 큰 문제는 아니므로, 살이 찔 거 같아서 한약을 복용 안하는 것은 정말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다. 

강난유 원장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