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담보 생계대출 '눈덩이' 빚 사업해지 민원 市 외면 반발

"주민 과반수가 넘게 반대하는 사업을 기다리라고만 하니..., 이것도 규제 아닌가?"

감정2지구 민간도시개발사업이 예정된 감정동 502번지 구두물 마을 안동네.

지난 28일 이 마을에서 만난 A씨는 "곧 사업이 시작된다고 한지가 벌써 7년째다. 주민 피해만 커지고 있는데도 시는 기다리라고 만 하니 한숨만 나온다"며 탄식했다.

감정2지구는 감정동 502의 8일대 211,462㎡에 2250여세대의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민간도시개발 사업으로 (주)베스트원디엔씨를 시행사로 2008년 토지주 인감이 첨부된 주민 동의서가 감정2지구 도시개발사업추진위원회 명의로 시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주민제안 접수 후 2009년 8월 시가 사업추진위원회에 토지수용을 통보하고 2012년 10월 문화재 현상변경에 이어 지난해 7월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안)이 시에 접수만 됐을 뿐, 토지보상 등의 행정절차 진행이 멈춰서면서 주민피해에 따른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이곳에 식당을 운영하던 B씨(여)는 몸이 불편해 식당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기 위해 2007년 계약서까지 작성했다가 1년 안에 개발될 지역이어서 세입자에게 '1년 안에 조건 없이 가게를 비워야 한다' 는 등의 각서를 받아야 한다는 시행사의 말에 계약금을 2배로 물어주고 계약을 포기했다.

B씨는 계약서 작성과 함께 사업자 변경을 위해 폐업하면서 지금까지 7년 넘게 가게 문을 열지 못해 매월 100여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작은 평수의 토지를 갖고 있는 C씨는 사업이 곧 될 것이라는 추진위원회의 말만 믿고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사업이 지연되면서 7년째 빚으로 이자를 메워나가는 상황이다.

주민 피해뿐만 아니라 '우저사원 성역화사업'에 따른 도로개설사업을 위해 2008년 토지보상비를 지출한 시 역시 사업지연으로 27억여원이 넘는 예산이 예기치 못한 채 묶이게 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주민들은 지난 6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토지주와 건물주를 대상으로 사업 찬반 의견수렴에 나서 전체 토지 및 건물주의 과반이 넘는 사업해지 의사가 반영된 결과를 얻어 냈다.

주민들은 이를 토대로 시장과 시의장 면담을 통해 사업 해지를 요구한데 이어 시에 정식으로 민원을 접수했지만 '토지보상에 필요한 사업비 확보가 어려워 시간이 더 필요해 내년 2월까지 기다려 보자'는 시행사의 입장만 전달된 것.

주민들은 지구지정도 안된 상황에서 주민 과반수 이상이 사업해지를 요구하는데도 시가 시행사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황형구 비상대책위원장은 "7년이 넘도록 사업비 확보 방안을 찾지 못한 것은 시행사의 능력문제다. 설명회를 열어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못하는 시행사를 믿고 어떻게 주민재산권을 맡길 수 있겠냐"며 "국민권익위원회와 경기도에 우리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호소하는 민원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지구지정이 안 돼 주민들이 행위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면서 "주민 궁금증 해소와 피해 방지를 위해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할 것을 시행사에게 요구했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국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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