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철 회장(대한민국 월남참전잔회 김포시지회)

다시는 민족과 민족, 사람과 사람이 저주하고  총부리를 맞대는 세상이 오지않아야 한다. 평화의 시대를 간절히 바라며 48년 전 월남전파병 참전했던 생존한 노병들의 아픈 역사를 육성으로 기록해 나가고자 한다. <편집자주>

임종철(70) 대한민국 월남참전자회 김포시지회 회장

임종철(70) 회장은 6.25를 경험하고 동족간의 쓰라린 고통을 모두 느껴본 사람이다.

46년 전의 김포에서는 당시의 월남파병 지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고. 맹호사단 기갑연대 2대대 6중대 3소애 4번 소총수로 총을 두자로 가지고 전투를 했던 역전의 용사였다.

본인의 말대로 안보의식이 어느 지역보다도 투철한 김포에서 한 촌부의 아들로서 자신의 희생을 생각지 않고 월남에 참전했다. 이로 인해 인생관과 삶의 파노라마를 경험하며 '정의'에 대한 애정으로 사심 없이 전우회 단체를 창립했다.

600여명의 전우들과 한배를 탔던 열정으로 우정을 다지며 베트남 이민자들을 위한 화합과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 아들 월남안가게 해달라’
"제가 파병되고 군수와 경찰서장이 찾아오고 해병대 2여단장이 놋주발 대접 두 벌을 가지고 집으로 찾아왔더랍니다. 처음에 강원도 화천군 오음리 월남교육대에서 360명 교육을 받을 때 다른 교육생들은 가족들 전부 동네에 와서 있으면서 면회를 했는데 저는 떠나기 1주일 전 까지 연락안하고 있다가 매부와 어머니가 춘천에서 자고 면회 왔을 때 잠시 30분 면회하면서 "사명을 마치고 돌아오겠다"고 하고 돌아섰습니다”

“당시에 어머니가 "우리 아들 월남 안가게 해 달라"고 빌었을 만큼 부모의 심정은 그 무엇으로 말할 수 없는 기도였으리라 짐작합니다. 월남에서 23개월 동안 복무하다가 살아온 것은 내가 잘해서 살아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장독대위의 정한수 기도 덕분에 살아 돌아왔다고 믿지요"

뼈마디 트러질 정도로 집중사격해
"저는 포탄이 떨어지는데 살자고 애기업고 들고 뛴 세대 사람 아닙니까? 1.4후퇴와 6.25 경험 후에 베트남을 지원해서 스물네 살에 베트남으로 비행기타고 8시간 30분을 가는 동안 심정이 어떠했겠어요. 월남에 도착했을 때 조그만 아이들이 담뱃불을 물고 "꼬리안, 꼬리안" 하면 씨레이션 깡통을 던져주었습니다. 6.25때의 한국 상황이 떠오르더군요”

“당시에 베트남은 너무 비참했고, 부대를 배치 받아 첩첩산중에서 숲속 병영생활을 할 때 탄티를 받으면 피범벅이었어요. 죽은 사람에게서 수거한 탄티를 다시 나누어 주는 것이었으니까요. 병커속에서 생활하면서 첫 경험이 이틀 후에 초병이 저격수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당시에 전쟁의 개념을 모르고 전쟁 나가면 신참으로서 앞뒤보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적의 수류탄에 맞아도 맞 은지 모르고 "나 맞은 곳 없냐"며 서로 물었으니까요. 포로를 잡으면 첩첩산중에서 사살했습니다. 동료가 총에 맞으면 상대도 비참하게 죽였습니다. 뼈마디마다 틀어질 정도의 집중사격을 했어요”

부비트랩 발견 대원 9명 살려
“월남은 우리와 기후와 풍토가 달라 냄새가 나기 때문에 집을 은폐물을 삼으려고 해도 역겨운 냄새 때문에 쉽지 않았고 돌아가야 했어요."

"월남전은 전면전이 아닌 게릴라전이고 , 정글전 이었기 때문에 일렬종대로 개미처럼 쫓아가는 거예요. 그런데 선두주자는 부비트랩에 노출되고, 제일 마지막은 저격수에 노출되게 되어있어요”

“월남은 9월부터 우기인데 한때는 56일 동안 산악 작전 중이었는데 얼마나 잠이 오는 지, 밤새도록 비를 맞고 아침이면 춥거든요. 그곳에 텐트를 쳐놓고 철모를 베고 누우면 등골로 비가 콸콸 흘러내려 가는데 거기서도 잠이 오고 잠을 자는 거예요. 저는 부비트랩을 발견하여 분 대원 전원 9명을 살려낸 적도 있는데 정말 아찔한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군인으로서 전우애는 대단한 겁니다. 동료의 피를 보면 아무도 말릴 수가 없어요. 한국에는 한강이나 낙동강이나 넓고 깊지만 월남에는 메콩강을 빼고는 강이 수로정도였어요. 우기에 범람을 하면 강급류에 휩쓸리며 건너가야해요”

한국군, 정말 용감했어요!
“1개 소대가 정찰을 하다가 복귀하면서는 1개 분대를 매복시키고 오는데 분대가 야간에 엄호물 없이 매복하면서 무전기 조차 물에 젖어 본대와 연락을 못해요. 그렇게 개인장비가 부족했어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용맹성이라고 봐야지요. 2차대전때 쓰던 군대용품으로도 주월 한국군은 용맹스러웠어요”

“한 번은 작전을 나갔는데 키우던 들개인 '도크'가 작전 시 같이 나갔다가 부비트랩을 밟고 희생되고, 도크를 돌보아주던 전우도 함께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다 젊었던 시절의 일이고 지나간 일이지만 전쟁터에서 무기를 30kg을 지고 쫓아가다가 미끄러지면 낭떠러지고, 차라리 총을 맞고 전사하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한 두 번 이 아니었지요"

"제일 힘들었던 일은 안개 때문에 헬리콥터가 뜨지 않아 보급품을 못 받아 세끼를 모두 배를 움켜쥐고 굶었는데 버렸던 음식을 주워 먹으며 버텼어요. 다시 보급품을 받게 되던 날 한국여고생의 손수건과 위문편지가 그렇게 반가웠어요”

죽어서 남은 가족살렸어요
“당시에 미군들을 봐도 언제 죽을지 모르며 흙뭉뎅이가 되어 싸우는 모습을 보면 부자나라 국민인데도 가난한 우리나라 사람이 더 동정심이 들더라고요. 당시에 한국은 가난했고 한 가정의 아들이 4-5명이었고, 군인 나가서 죽으면 보상으로 남은 가족을 살릴 수 있다는 애절함이 많았습니다”

“갔다 오면 땅사고 논밭사서 가족을 살렸는데 당시에 방화동 땅이 한 평에 20원 하던 시절이네요. 돈은 어차피 한국으로 보내고, 본인은 가족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고, 좌우지간 한국군은 정말 용감했어요. 특히 포병장교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아요. 정확하게 조준 발사해서 보병의 사기를 북돋워 주었어요. 야자수 잎이 우수수 떨어지면서도 군인은 안 다치게 했으니까요"

"제일 힘든 것은 전투할 때가 아니고 먼저 투입된 부대가 전투 중 일 때 대기하고 있을 순간입니다. 앞의 부대가 패하면 우리가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불안초조하기가 말할 수 없어요”

“전장에서는 도망가면 죽는 겁니다. 몸 사리고 도망가면 오히려 총을 맞아요. 오직 전진이지요. 작전 나가서 살아서 돌아오면 개선장군이야. 한 번은 유인되어가다가 베트남할머니가 아이를 통해 알려주어서 화를 피할 수가 있었는데 한국이나 월남이나 모성애는 국적을 초월해서 똑같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어요.”

사람죽이는 전쟁 다시는 없어야
“작전 나갔다가 살아 돌아오면 조명탄을 쏘며 환영해주는데 그것은 어느 것 하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어요. 월남여성 한 사람이 한국의 1개 소대를 대상으로 용감하게 싸워서 여러 명을 희생시킨 것을 보면서 월남국민이 승리한 것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 등 이제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용감했던 자신의 모습이 필름처럼 돌아가요”

“솔직히 한국전쟁 영화를 보면 너무나 어색한 점이 많아요. 역전노장이 보기에는 안 맞아요"

"다시는 민족과 민족, 사람과 사람을 저주하고 미워하는 세상은 오지 말아야 합니다. 46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내 과거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다시는 그런 시절이 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총이라는 것은 나를 방어하고 나를 제거하려는 사람을 제거하는 것 아닙니까? 사람목숨 총 쏘는 대로 죽이는 것 아니고 화약 냄새속에서 했던 고생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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