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쓸쓸하게 방치된 80기의 무연고 묘를 찾아 지난 9월 29일 벌초를 하고 제사까지 성대하게 지낸 일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직원들과 함께 풍무동의 공동묘지에 안치된 무명 묘를 찾아 벌초작업을 한 신승옥 법무사(사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한사코 사양하던 신승옥 법무사를 어렵게 만나 사연을 들어본다.
<편집자>


무연고묘 벌초를 하게된 특별한 사연은

추석이 지나면서 과거 부모님에 대한 생각과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후회감 속에서 생각난 것이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이후에는 왜 그런지 아쉬움과 불효감만 밀려온다. 이런 아쉬움에 대한 나를 위한 안위일 것이다. 부끄럽다.


우리에게 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종교적 해석을 비롯해 다양한 뜻이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묘소를 관리하는 것은 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효의 연장일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도리란 생물과 무생물, 대상의 차이 없이 우리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도 사실은 무생물의 결합체요. 죽고 나면 다시 무생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묘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안식처요, 우리 마음을 닦아주는 역사물이다.


많은 무연고 묘의 벌초를 했는데

하루를 택해서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하다보니 풍무동 공원묘지를 선택하게 됐고, 올해가 지나면 도시계획에 따라 그나마 이장이 된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나마 벌초하고 술 한잔 받으시라고 택하게 됐다. 생각보다 풀이 많이 자라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더없이 편안한 하루였다. 이름 없는 묘라고는 하지만 막상 벌초를 시작하자 조상 묘를 하는 느낌이었고 포근했다. 얻는 게 많은 하루였다. 이런 모든 것들이 조상들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제사도 모셨다는데

산신제와 제를 올렸는데 모신 제사가 조상님들께 흠향됐길 빌 뿐이다. 제사를 모시고 밤이 으슥하도록 그곳에서 음복을 하고 대화를 나눴다. 평소에는 공동 묘지를 밤에 지날 때면 오싹하고 기분이 들었는데 그날은 고향 집 앞마당 같은 느낌이었다. 함께 했던 분들도 그랬다고 하니 이 또한 조상님께서 주신 마음이라고 생각이 든다.

거슬러 올라가면 누군가의 조상은 모두가 우리자신의 조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민족과 동포, 지역이란 연고는 수천만 명의 인구가 늘어도 한 뿌리이자 한 조상의 후손이다. 이 땅에 사는 동안 형제애를 갖고 이웃을 생각하는 삶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승옥 법 무 사

김동규 기자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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