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1500m 결승전에서 김동성 선수가 미국 선수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사건을 독자들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스포츠경기에서는 ‘홈 어드밴티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정도로 텃세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는 이러한 차원을 넘는 노골적인 오심으로 한 젊은 선수가 땀으로 일구어낸 금메달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마음이 한동안 부글부글 끓어올랐었다. 몇 달 후에 개최된 2002 월드컵 미국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은 후에는 ‘오노 세리머니’가 연출 되었을 정도였다. 
 
최근에는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비디오 판정이 도입되는 등 공정한 판정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지만 판정시비는 계속되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 완벽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때 선수가 흥분을 하면 감독이 그 선수를 진정시키거나 교체하면 그만이지만 감독마저 이성을 잃게 되면 경기 전체를 조율하지 못해 그 시합을 놓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몰수패로 끝나기도 한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요즈음에는 판정 시비가 있더라도 몰수게임 패를 당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무엇보다  파국만은 막아 보겠다는 감독들의 의식 변화에 따른 것이다. 

재판에 있어서는 주심의 역할을 재판장인 판사가 하게 된다. 그러면 재판에서의 변호사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필자는 변호사는 선수가 아닌 감독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재판진행 과정에서는 판사가 증거를 채택할 것인지, 변론을 마칠 것인지 등  많은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변호사가 재판장과 맞서 갑론을박해서는 사건을 망치기 십상이다. 의뢰인들이 흥분을 하더라도 변호사는 냉정하게 이를 받아들이며 다른 방법이나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는 것이다.

또 ‘법은 곧 상식이다’라고 하지만, 상식과 법적인 결론이 다를 수도 있는 데, 이 경우 직접 당사자인 의뢰인들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의뢰인과 같이 흥분해 재판부를 성토하기 보다는 재판과정을 되짚어 보고 결과를 차분히 분석한 후 다음을 대비하는 것도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이와 같이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정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대놓고 흥분을 해서는 안 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감독이 흥분하면 파국으로 경기가 끝나듯이 변호사가 감정을 통제 못해 의뢰인과 맞장구를 치다보면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의뢰인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를 누렸고 한국프로야구연맹의 사무총장까지 지낸 프로야구 해설위원 하일성씨가 한 말이다.

“판정도 경기의 일부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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