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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일부분은 철거하라사설
문득 시 하나가 떠오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 다섯 곱의 시간 / 이제 / 너와 나 가슴 사이 / 가로막힌 골짜기로 / 언젠가는 종이 울려 / 파랗게 넘칠게다 / 입 깨문 응시의 들에 / 불어오는 바람소리 / 훤히 트여 보인다.
철조망――그것은 분단과 이별의 팻말이다. ‘너’와 ‘나’를 갈라 놓는 아픔의 말뚝이다. 그를 넘나드는 것은 날짐승과 구름과 바람뿐! 사람과 들짐승은 금지된다.

물론, 철조망을 걷어치운다 해서 당장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성면·월곶면의 바로 코앞에 북한이 있음을 외면하려는 것도 아니다.
6·29의 서해교전을 잊을 리가 없다.

오직, 필요 밖의 군사시설은 줄였으면 하는 것이요, 시민들의 가슴에도 햇볕정책의 잔물결을 출렁이게 하자는 것뿐이다.
김포의 한강변 철조망은 확실히 위협과 공포를 부추긴다. 휴전선의 오해를 안긴다. 강 건너 일산이 적진인 듯 착갈할 판이다.

적어도 마곡리나 봉성산까지는 철조망 없는 둑으로 환원하라. 최저의 군사시설, 최상의 자연환원을 꾀하자는 거다.

철조망이 있어 국방이 튼실하고, 군인 순찰이 있어 발벋고 사는 태평세월이 있다면야 누가 철조망의 은덕을 저버리랴만, 예 놀던 강변에서 향수를 줍고, 코 성긴 그물로 고기 잡던 강나루의 전설이, 그 비정(非情)의 쇠그물로 작살남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강변의 철조망을 바라보는 눈앞에 번지는 것은, 베를린의 그 시멘트벽이다.길이 160km, 더욱이 4m 높이의 112km의 벽!1990년 11월, 30년만에 동독과 서독을 가로막던 벽은 망치의 세례를 받아야 한다.

공산주의의 붕괴, 아니, 사회주의의 이론의 허깨비가 잿가루로 작살나는 그 통쾌한 망치소리를 철조망 앞에서 환청(幻聽)으로 듣는다. 서독으로 물밀어 오는 동독사람들의 아우성을 환시(幻視)로 본다.

철조망을 거두라! 북한겨레들이 마음껏 밀려오게끔 벽을 허물자.
자유, 탈출, 통일― 순용범씨 등 21명의 가족이 넘어왔다. 목숨을 건 탈출을 어찌 저 철조망 따위를 가로막을 수 있으랴.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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