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끝은 있다’ 마음의 지표로 한결같은 삶
어린이 교통사고 목격 후 봉사 실천 ‘2000시간 봉사상’

세상 누구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오직 가족만은, 내 자식만은 나를 최고라 여겨주기를 바라는 것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TV에서 가정 내 자녀들이 ‘우리들의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하는 방송이 있었다. 늦은 저녁, 거리의 시민을 무작위로 만나 리포터가 시민의 가정에 전화를 걸어 ‘자녀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 라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었다.
자녀들의 대답은 거의 대부분이 역사의 위인들이었다. 늦은 밤, 가족을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입장으로써는 참으로 씁쓸한 대답들뿐 이었다.

고촌에서 13년째 식당을 운영하며 봉사인생을 사는 부부가 있다. 김종화(61), 정석자(52)씨 부부가 그들이다.

남편이 눈앞에서 벌어진 어린이교통사고를 목격한 충격에 아침 등굣길 교통정리 봉사를 시작했을 때, 마침 이장을 보던 부인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남인 척 했던 것은 이제는 옛날의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해병전우회의 회원이었던 남편이 해병대 특유의 복장으로 매일같이, 때로는 난폭운전자들과 말다툼까지 벌이면서 교통봉사를 했을 때, 수고한다는 마음보다는 비오는 날은 세탁걱정에, 남들은 또 뭐라고 욕하지나 않을까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딸이 그런 아빠를 보고는 가슴이 찡하다고 해요. 그래서 생각을 달리하고 보니 남편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진정성이 보였지요”라고 정석자씨는 말한다.

번듯한 식당을 운영하며 살기에 모르는 사람은 ‘먹고 살만하니까 생색내기용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을 법 하지만 그것은 이 부부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16번 이사를 하며 살았을 만큼 풍요로운 삶을 산 것과는 거리가 있었고 철 없는 초등학생이던 딸로부터 “지하셋방에 사는 부모가 창피하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 앞에 나설 때도 당당할 수 있었고 ‘저놈 장사라도 하니까 영업 때문에 봉사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도 조그만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늘 꾸준한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태안바다 기름유출사고가 났을 때도 ‘해병전우회’와 함께 현장을 누볐고, 결식아동들의 도시락배달에 손이 모자르다는 소리를 들으면 식당일 보다는 그 일을 우선시했다고 한다.

이런 공로로 작년에는 ‘2,000시간 봉사상’을 수상했는데, 주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봉사한지가 몇 년인데 2,000시간 밖에 안되냐”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반응이다. 김종화씨는 이에 대해 “상 받자고 한 일도 아니고 상에 미련도 없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태평스런 김종화씨도 아내에 대해서는 잔소리를 해댄다. 돈보다는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 하지만, 부창부수라고 남편 이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부인인지라 허리와 팔 수술로 인해 장애 5급 판정을 받은 부인이 제 몸 돌보는데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거나 시기심에 뒷 담화를 들을 때도 있는데 좋은 일하면서 욕먹는 것이 남편의 눈에 달가울 리 없는 까닭이다.    

이번 인터뷰는 본지가 창간 11주년을 맞이하면서 우연찮게 이뤄졌다. 얼마 전 본사 유인봉 대표가 우연히 이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러 이들 부부를 알아보고는 10여년 전의 기억을 꺼내자, 정석자씨가 액자에 담겨져 있는 당시의 본지 인터뷰기사를 이야기했던 것이다.

군대 간 아들이 방황했던 시절 본지와의 인터뷰기사를 통해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 아들이 “사랑합니다. 아버지처럼 살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만들어 준 액자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인터뷰의 말미에는 “10년 뒤에는 참고 베푸는 마음으로 즐겁게 마누라 손잡고 봉사나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라는 김종화씨의 말이 있었다.

“한번은 하기 쉬워도 여러 번 계속하기 어렵다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간다”는 그는 10년 후가 지난 지금에도 그 말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부모의 인생을 자식이 어찌 평가하랴 만은 자식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부모의 인생을 존경하여 그와 같이 살겠다는 것은 부모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김종화, 정석자 부부에게 자녀들이나 요즘의 젊은이들에 해주고 싶은 말을 부탁하니 “작은 일에 감사하고 일이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하라. 젊은 날에는 어떠한 일을 해도 흉이 되는 것은 아니니 주위의 시선에 부화뇌동 하지 말고 자신의 신념을 가져라”고 한다.

자신이 젊은 날 열심히 살았고 그것이 지금에도 후회되지 않기에 해 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부부에게도 아직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는데 슬하에 있는 아들과 딸이 모두 미혼이란다. 내년에는 좋은 소식이 한 다발로 찾아들기를 바라면서, 10년 전 본지와의 작은 인연을 지금도 소중히 여기는 두 분에게 감사를 보낸다.

심영섭 기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