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화학비료 40만톤 재고 문제 고심
농민, 비종 선택 정보 혼란

현장을 무시한 정부의 탁상행정이 쌀 대란에 이어 내년 봄 비료대란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회장 윤요근)는 15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화학비료 보조 예산을 전액 삭감 하면서 매년 반복 되고 있는 4~5월의 비료 품귀 현상이 재현 되면서 비료대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 했다.

지도자회는 “화학비료 보조를 유지 해 달라는 농민들의 간곡한 요청과 맞춤형 비료에 대한 이낙연(민주당), 조배숙(민주당), 강기갑(민노당), 황영철(한나라당) 의원 등의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응을 내 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 하고 “결국 정부의 화학비료가격지원금을 4대강사업 예산으로 빼돌린 꼴”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성토 했다.

정부의 화학비료보조금 중단과 관련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비료 업체들이 보유 하고 있는 재고가 40만톤이나 된다”면서 “갑작스런 정부 정책의 변화로 재고량을 그대로 둔 채 맞춤형비료를 제작 해야 하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고 누적의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비료가 농사가 시작 되기 직전에 일시에 공급 되기 때문에 미리 생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전혀 감안 되지 않은 채 정부가 정책을 바꾸면서 업체들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 했다. 그는 “화학비료를 줄여 간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정책이 바뀌면 대책이 없다”면서 “기존의 화학비료를 서서히 소진 시켜 나가면서 친환경농업 정책을 연착륙 시켜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 했다.

준비가 안 된것은 현장의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맞춤형비료에 대한 몇 몇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민들은 맞춤형비료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상태다.

김포에서 3만평의 수도작 농사를 하고 있는 전업농 박 모(45세)씨는 “정부에서 더 이상 화학비료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맞춤형비료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 상태”라면서 “맞춤형비료가 토양 분석을 토대로 내 땅에 맞는 비료를 만든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토양 검사를 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장 농민들에게 비료를 직접 공급 하고 있는 농협 관계자들도 아직은 준비 된 것이 없다. 신김포농협 관계자는 “어제(15일)서야 수도작에 한해서만 비종이 선택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농협에 배전된 비종은 2개 비종이며 앞으로 어떤 지역에 어떤 비종을 공급 해야 하는지는 결정 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종 선택은 농협에서 하는게 아니고 행정에서 진행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경우 지금까지 2,000여점의 토양 검정을 토대로 지역적 평균을 만들어 농식품부에 보고 한 후 2개 비종을 추천 받았다”고 말했다.

맞춤형비료(BB비료)란 토양 성분에 맞게 제조된 화학비료를 말한다. 복합비료의 또다른 형태다. 맞춤형 비료의 목적은 그동안 무분별한 화학비료의 남용으로 토양에 비료가 잔류 되면서 연작 장해 등 생산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 토양에 적적량의 비료를 공급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 하에 정부는 그동안 농촌진흥청을 통해 전국의 토양에 대한 분석을 해 왔다.

정부는 토양 분석을 토대로 31개 비종(기비 25개, 추비 6개)의 맞춤형 비료를 만들 예정이지만 맞춤형 비료에 대한 지원은 2011년까지다. 2012년부터는 유기질비료에만 지원이 되고 화학비료에 대한 일체의 지원은 완전 중단 된다. 따라서 맞춤형비료는 화학비료를 줄여 나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조치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정책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 하고 있다. 인산과 칼리가 많이 함유된 유기질비료는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 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수준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조적인 수단을 주 정책 과제로 설정 하면서 주요 수단일 수 밖에 없는 화학비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농업정책을 후퇴 시키는 구실에 불과 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장 농민들과 업계의 상황과 관련, 지난 8일 진행된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몇 몇 국회의원들이 맞춤형비료에 대한 현실적 문제점과 함께 화학비료지원금 제도를 연장 할 것을 주문 한 바 있다.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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