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탁아소’로 시작…제자들이 아이 데리고 와
아기천사 에너지로 활력, 김포 유일 차 없는 어린이집

"하고 보니까 행복하고 적성에 안 맞으면 못할 일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기들을 좋아하는 마음은 하늘마음인 것 같아요. 아이들하고 같이 있는 것은 제가 행복한 일입니다. 돌이켜 보건데, '농번기탁아소'를 시작으로 '새마을유아원' '새마을협동유아원' '새마을어린이집' '김포어린이집' 등으로 세월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지금은 스물여섯, 혹은 스물일곱살의 제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다시 아이를 낳고 학부형이 되어서 아이들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방문합니다. 당시의 학부형들이 외할머니가 되어 손자의 손을 잡고 올 때도 있어요"

어린이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도무지 늙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데 외모는 아닐지라도 정말 마음은 아기천사같이 에너지 넘치게 살고 있다.

"아마 아이들의 기를 받다보니 그런가 봅니다. 목소리도 아이들과 같아져요. 저는 어린이집밖에 몰라요. 옆집 아줌마처럼 편하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학부모들도 상담을 하고는 한답니다. 졸업생 부모들 상담하다가 언니 동생 삼기도 해요. 김포어린이집에서만 교사로 18년 원장으로 나머지인생을 살다보니 25년이나 되었더라고요. 학부형님들이 믿음으로 자녀들을 모두 보내다 보니 어떤 가정과의 관계는 10년 이상이 되기도 해요. 그러니 학부형과 한 집안 같이 되는 거예요"

김송순 원장은 ‘원장은 원에만 필요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보니 내성적인 본인의 성격으로 학부형과 어린이의 세계는 그이의 전부인 듯이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늘 순풍을 타고 구설수 없는 사람으로 살면서 더 많이 배운 세월이었다고.

"정말 초기의 탁아소는 좋아서 한 것이었어요. 두 명의 교사가 60명 80명을 돌보았고요. 정확한 인건비도 없었던 것은 물론 놀이기구나 책상 하나도 갖추어지지 않는 덩그마니 방 하나가 전부이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행복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러니 들로 산으로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니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산교육을 할 수 있었어요. 홍도평 들판을 뛰어다니며 메뚜기 잡고 개구리 잡았어요. 들판에서 놀면서 봄의 들길과 풀잎의 살아있는 느낌과 잠자리 새를 보고 배우고, 가을 들길의 아름다운 변화를 그대로 몸으로 배웠으니까요. 그러다보니 활발한 아이들은 수로에 빠지기도 하고 기겁을 해서 그대로 뛰어 들어가 건저내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교재 교구가 없었어요. 자연이 다 교재이고 교구였어요. 그래도 어쩜 지금 어린이들보다 더 행복했던 시절입니다. 부모님이 고구마, 감자 쪄가지고 와 간식으로 주면서 같이 키워냈지요"

그 시절과 달리 지금은 어린이집의 풍속도가 너무 많이 달라졌다."지금은 맞벌이 부모가 90%이상이니 교류는 서류로 주고받아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차량운행을 안하는 어린이집으로 시작해서 지금도 유일하게 차량운행이 없는 어린이집입니다. 조석으로라도 부모님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어린이들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어요. 지금어린이들이 윤기가 나고 레이스달린 예쁜 옷에 뽀얗지만 뭔가 활기찬 그런 것들은 자연과 만나는 아이들의 그것과 다르지요"

김송순 원장의 구수한 이야기는 진솔하기 그지없다.

책상도 없이 마을회관에서 탁아소를 하면서 동화를 그리고 교육 자료를 만들어야 했던 시절을 지나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11명의 직원과 함께 행복한 2009년을 살고 있다. 행여 지적사항은 아무도 없을 때 하고 칭찬은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하니 모두가 원하는 분야와 자신 있는 분야에서 120%이상을 수행하는 자율교육과 적재적소에서 열심히 일하는 교사들과의 행복체험을 하고 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일이 생기더라는 것이 경험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은 장거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남편의 아픔 이후 가족들이 모두 철이 나고 끝없는 욕심이 다 사라졌습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 것, 가족을 비롯해 모두가 귀한 것을 깨달았어요"

김송순 원장은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 있는 부분을 하도록 하면 너무나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본인 또한 그렇게 한 길을 걸어왔기에 잘 살아온 인생이었다고 확신하며, ‘50세에 빛난 사람들’의 찬란한 그 이름을 가지고 싶다.

한 길을 걸어 행복한 사람으로 어린이와 함께 살아온 인생이 더 없이 감사했음을 날마다 햇살 앞에 고백하면서 말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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