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야를 이루고 있는 김포에는 알게 모르게 산이 참 많습니다.

평야에 있기에 높지도 않은 산들이 제법 높은 양 자리잡고 있습니다. 몇 있는 산들의 높이를 이야기하라면 먼저, 산성을 힘줄로 가지고 있는 문수산을 말할 수 있습니다.

376m의 높이라고 합니다. 이정도 높이기에 등산코스라기보다는 삼림욕장입니다. 정상까지 1시간이내로 충분히 등정이 가능하니까요.

백두대간의 한 줄기 한남정맥의 한 등성이인 가현산도 215m입니다. 언제부터 진달래 군락지가 되어 누구에게나 아주 쉬운 산행길을 허락한 곳으로 인기가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는 산(?)은 옛 이름이 북성산인 장릉산이 아닐까요? 산이라서 찾기보다는 산책로로 더 많이 찾지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인조의 생부 원종과 그의 비 인헌왕후의 능이 있는 이 산의 높이도 150m에 불과합니다. 물론 150m의 정상에는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어 자동차가 그 꼭대기까지 오르내립니다.

뱀이 많아 붙여졌다는 뱀이(뱀뫼)산(풍무동), 부엉바위산(가금리), 애기봉이 있는 쑥갓머리산(가금리), 이 이름들이 다 산이 높아서 붙은 이름은 아닌 듯합니다. 이렇듯 김포의 산은 높지 않습니다. 김포에는 높은 산이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김포를 기억하면서 산보다는 평야를 더 떠올립니다.

한강의 하구를 떠올립니다. 평야는 산행 때 갖는 숨가쁨이 없습니다. 철새들이 앉기에 편하도록 넓은 대지를 가졌고, 온갖 작물과 식물이 자라도록 자신의 품을 열고 누워 뜨거운 여름의 햇살도,  쏟아지는 장마비도, 모질다 피하는 비바람도, 세상을 다 덮어가는 흰눈보라도 가리개 하나 없이 다 받아줍니다.

고구려 시대에 ‘아리수’라 하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던 한강, 그 끝자락, 서해를 통해 세계가 열리는 여기에 김포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강의 상류에서 볼 수 있는 물의 빠름이 없습니다. 강의 중류에서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도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온갖 것을 잊어야 할 사연이려니 품어 안고 이제 막 저 넓은 바다와 만나기 위해 마지막 흐름을 가질 뿐이지요.

성서의 조물주도 사실 높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바벨탑을 무너뜨리신 것도 그렇고요. 또 이 땅에 가장 높게 세워놓으신 산들에 어디 우리가 자주 갈수나 있기나 하던가요?

조물주 스스로 높은 자리에서 낮고 낮은 자리, 우리의 자리까지 내려오셨습니다. 높은 곳에서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새 생명(부활)으로 다시 일어나시어 낮은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십니다.

높은 산도 없고 빠른 물 흐름도 없는 이 김포에서 낮은 삶을 배웁니다. 도시를 떠나 변방이 된 이곳으로 밀려오듯 들어와 낮고 낮은 삶을 배웁니다.

왠지 김포에 사는 우리의 이웃들도 다 높아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행복하고, 그러면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깊이 누릴 수 있을 듯 보입니다.

김포가 좋습니다.

이 좋은 김포에 높은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김포한강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특이한 높은 것들이 들어옵니다.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공격해옵니다. 김포는 이리도 넓은 들녘인데, 한강은 바다같은데 여기에 신도시라… 이게 어울리는 건지 안어울리는 건지 조차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헷갈림을 지나 분명한 건 신도시가 아파트촌입니다. 서울에서나 어울릴 듯한 높디높은 고층으로 세워져가는 아파트촌이 되어 갑니다.

이제는 이 높은 곳에서 낮은 삶을 배우고 감당하기 위해 더 큰 배움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김포, 여기는 가장 낮은 강위에서 작은 배가 다니는 곳인데, 김포, 여기는 가장 넓은 벌판에서 그냥 뛰어 다니는 곳인데…

이제는 높아진 그 그늘 아래서 옛 추억을 돌이키며 ‘김포, 그때가 좋았습니다’라고 말할 날이 멀지 않은 듯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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