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농사에 쓰일 화학비료 가격을 4.3% 내렸다. 그러나 현장 농민들은 정부의 발표처럼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업계는 비료 가격을 오히려 올려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9일, 올해 화학비료 공급 가격을 전년대비 평균 4.3%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주요 원자재인 국제 요소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4.3% 인하폭에 대해서는 국제 요소가격이 떨어져 약 18%의 인하 요인이 발생했지만 환율 상승으로 약 17%의 인상 요인이 발생했고, ‘08년 재고분 구매가격이 올해 구매가격보다 낮아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구체적인 인상 요인을 보면 이번 비료값 인하를 주도한 요소가 52.1% 하락했고, 인광석, 염화가리 등은 각각 10.2%, 21.6% 상승했다. 환율은 1천20원(당시 비료값 결정시 환율)에서 1천2백50원으로 22.5% 올랐고, ‘08년 재고량 135톤(74만9천원/톤) 등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요소는 20kg 1포당 작년 2만7백원에서 30.2%가 인하된 1만4천4백50원으로 내렸다. 그러나 인광석 및 염화가리 성분이 많은 복합비료(21-17-17)는 2만2천원에서 2만3천6백50원으로 7.5%가 인상됐고, 이삭거름(18-0-16)은 1만4천8백50원에서 1만4천9백원으로 0.3%가 인상됐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인하 폭 4.3%는 1년에 소요되는 비료 110톤을 기준으로 결정했는데, 주요 원자재인 인광석, 염화가리 등의 가격이 최근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고, 환율도 1천3백50원 내외의 큰 진폭을 보이고 있어 큰 폭의 인하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들과 일선 농협의 비료담당자들은 비료값을 인하한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 농협 비료담당자는 “4.3%가 인하되었다는 정부의 발표는 거짓이다. 우리 농협에서 작년에 사용된 비료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0.4%가 인상됐다”면서 “그래서 농민들에게는 비료값을 내렸다는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A 농협은 2008년 한해동안 요소 3만1천포, 21복합 12만5천포, 이삭거름 3만6천포를 사용했다.
 
김포에서 1만5천평의 벼농사를 짓는 전업농 K씨도 “정부의 발표대로 계산해 본 결과 반대로 2% 인상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K씨는 지난해 요소 250kg, 21복비 1천5백kg, NK비료 6백50kg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비료 생산업계는 이번 정부 발표로 더 어렵게 되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한 비료 생산업체 관계자는 “작년 비료값 인상시 기준 환율은 1천20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1천2백50원을 기준으로 비료값을 인하했다. 정부는 1천2백50원의 기준가격이 3월까지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벌써 1천4백원을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인상 요인을 17%로 잡고 있지만 1천20원을 기준으로 볼 때 30∼40%의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정부의 비료값 인하 기준에 대해 “막무가내 식 밀어붙이기”라고 말했다.

그는 “올 한해도 뻔히 어려운 입장이다. 비료값을 올리면 농민이 죽고, 안 올리면 회사가 죽고...정말 답답하다. 오죽 했으면 작년에 비료 공급을 중단했겠나”라면서 올해에도 여의치 않을 경우 비료 공급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원자재값 하락을 비료값 인하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현재 만들어진 비료 제품은 작년 9월까지 원료 값이 가장 꼭대기에 있을 때 수입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인하가 아니라 비료값을 다시 올려야 할 판인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엔 남해화학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적자였다. 3월까지 고정된다던 환율도 뛰고, 원자재 값도 또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젠 원자재 살 돈도 없다”며 하소연했다.

지난해 5월 풍농, KG 케미칼, 동부하이텍, 조비, 협화화학 등 5개 업체들이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생산 중단과 함께 비료공급 중단을 선언한 사례가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2회에 걸쳐 비료값이 인상되면서 ‘07년 대비 102%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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