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과 정치꾼, 그리고 농사꾼들이 벌인 쌀직불금 3파전에서 순진한 농사꾼들이 패배했다. 

패배의 원인은 농사꾼들의 분열이다. 지주들의 소작권 회수 조치로 인해 생존권을 박탈당한 농민들은 더 이상 직불금 문제가 불거지기를 원치 않고 있다.

소작 농민들은 직불금 문제가 강력한 문제 제기 차원에서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 따라서 "이젠 그만 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더 이상 호들갑을 떨어봤자 자신들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농민들의 여론은 정치권에도 그대로 전달이 된 듯 쌀직불금특위는 청문회와 기관보고도 하지 않고 흐지부지 종적을 감췄다.

농촌은 또다시 패배의식으로 뒤덮였다. 그동안 문제 제기를 했던 농민들은 고립되고, 투기꾼들과 청문회 대상이 되었던 고위 공직자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제 공은 특위를 떠나 국회 농식품위로 넘어갔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공은 아직도 국회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청문회를 하건 말건, 기관 보고를 하건 말건 모두 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결정이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상황은 모두 합법적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독립적인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제자리를 잡기 위해선 어차피 한번은 터져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고 고해성사를 한 농민들만 바보가 되었다. 이제 공이 넘어간 국회 농식품위에서 쌀직불금 문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 때 이들 바보 농민을 위한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기자만의 순진한 생각일까.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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