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 갇혀있던 쌀직불금 문제가 핵폭탄이 되어 온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을 떠올려 본다. 한 사람은 맨 처음 감사원으로 하여금 전국적인 감사를 실시하도록 했던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지주를 신고하여 그 심각성을 폭로한 사람이다.

작년 2월7일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만난 A(53세) 이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양심선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쌀직불금을 타려는 부재지주의 부탁으로 경작확인서에 도장을 찍어준 것 때문에 계속해서 자괴감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어떻게라도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써달라고 했다.

며칠 후 그가 연필로 쓴 4장의 긴 글을 가져왔다. “익명으로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나는 괜찮지만 동네 후배가 땅을 뺏긴다”면서 불안해했다.

그의 글은 ‘농민 바보 만드는 논농업직불제’란 제목으로 2007년 2월23일자 미래신문 인터넷판에 게제됐다.

또 한 사람. 작년 3월14일, 자신의 직불금을 가로챈 지주를 면사무소에 신고한 조종대(45세)씨의 인터뷰 기사가 미래신문 인터넷판 3월16일자에 실렸다.

이러한 내용은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3월19일 감사원 담당 감사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사를 접하고 감사원에서 전국적인 감사를 실시할 계획으로 고발 당사자인 이장과 조씨를 찾았다.

"글쎄요. 농민들 생존권이 달린 예민한 문제라서… 한번 상의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김포시청은 작년 4월23일~5월3일까지 감사관 5명이 내려와 대대적인 직불금 감사를 받았다.
이후 조씨는 6월22일 KBS 9시뉴스를 시작으로 청주KBS, MBC 9시뉴스 등을 통해 연일 직불금의 부당성을 세상에 알렸다. 일약 ‘직불금스타’로 떠올랐다. 

직불금 문제가 불거진 요즘 조씨는 또 다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각종 방송사는 물론 라디오와 신문에서 찾아와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속상한 조씨는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직불금 문제를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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