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김포시 버스터미널 주차장에서 열린 민속장날.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을 뒤따랐다.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이 가격을 물어보며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도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했다.

북변동 한일아파트에 사는 주부 권씨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곧 추석인데 한 번 오른 물가는 내려올 생각을 안하고… 대책이 안서네요”라며 어물전에서 재수용 조기 값을 흥정하다가 세 마리 한 무더기 중에서 한 마리를 집어 들며 얼마냐고 묻는다. 손바닥만한 조기 한 마리에 사천원이란다.

“재수용품은 홀수로 장만하잖아요. 다섯 마리 사던 것을 세 마리로, 세 마리 사던 것을 한 마리로 줄이려고요. 달리 방법이 있겠어요. 그렇게라도 절약을 해야죠”

80~100g 중량의 조기 15마리 한 무더기에 만원, 가자미 5마리에 오천원, 동태포 800g이 오천원, 오징어 생물 5마리가 오천원이다. 작년에 비해 배로 오른 것도 있고 20%~90%까지 올랐다는 상인의 말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가자미 등이 많이 잡혀 생선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실제로 중간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오기까지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자미가 많이 잡힌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해요. 괜히 우리같은 상인들만 골탕 먹는 거죠. 또 많이 잡힌다고 해도 산지에서 이곳에 오기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물류비가 만만치 않거든요. 유가 폭등 때문이죠. 그거 누가 물겠어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가는 거죠. 우리도 장사해먹기 힘들어요” 하며 어물전 주인 박씨가 울상을 짓는다.

며칠 전, 동네 앞 슈퍼에서 애호박 한 개에 천원을 주고 샀다는 주부 김춘옥씨는 “전에는 신랑이랑 아이들 데리고 함께 장도 보고 나들이 겸 대형 마트를 찾았는데 이젠 엄두도 못내요. 그래서 꼭 필요한 것만 동네 슈퍼에서 사다 먹어요”하며 세 개에 천원하는 애호박 한 무더기를 산다. 그나마 재래시장은 직접 키운 농산물을 팔기도 하기에 동네 슈퍼나 마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가가 오르니 시장 인심도 점점 야박해진다. 과일이나 채소를 사면 덤으로 한두 개 집어주던 모습도 점점 사라져 간다. 건어물전을 지나며 전 같으면 마른 멸치도 집어 먹고 오징어포랑 마른 새우도 맛보기로 집어 먹을 텐데 이젠 어림없다. 서너 개 집어먹는다고 주인이 뭐라고 하지야 않겠지만 눈치가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물가가 올라 울상이기는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사과는 최상품 15kg이 9만원에서 11만원으로 20% 이상 껑충 뛰었다. 고사리, 숙주나물 등 야채나 나물 값도 10%~20% 이상 올랐다.

“추석이 돌아오는 것이 겁나요.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우리 고유 명절이고 모처럼 객지에 나가 있는 가족들이 다 모이는 자리이니 음식 준비는 해야지 어쩌겠어요” 감정동에 사는 맏며느리 주부 김명순씨는 검소한 추석상차림을 가족과 친지들도 이해하지 않겠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주부 20년차인 종갓집 맏며느리인 기자도 ‘올라도 너무 오른 물갗 때문에 추석이 겁난다. “올 추석에는 이것저것 장만 할 것 없이 형제들 다 모이면 김치나 맛있게 담아서 어머니 모시고 코스모스 피어있는 야외로 나가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는 말도 옛말이 되었다. 돼지고기 삼겹살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김명자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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