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에서 제작한 안내지도에는 경기도를 ①도심권문화관광 ②한반도평화역사관광 ③해양생태관광 ④전통문화예술관광 ⑤생태휴양레포츠관광 등 여섯 권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포는 파주, 연천, 동두천과 함께 ‘한반도평화역사관광’권역에 포함되어 있다.

김포를 소개하는 주제어로는‘축복의 땅 김포’와 ‘대도시와 인접한 편리한 교통과 김포를 부드럽게 안은 한강 위로 펼쳐진 드넓은 평야는 언제 보아도 장관을 이룬다’는 안내글이 나와 있다.

관광안내 주제어가 김포의 특징을 함축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안내지도에 소개되고 있는 장소들 또한 김포 전체를 알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맞춤형과 주문형의 관광 안내를 생각해보았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화를 하거나 김포를 방문한다고 가정하고, 어떤 곳을 소개하고 안내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몇 갈래로 나누어본다.

먼저 학생들이 있는 가족은 교육답사 코스를 권한다. 장릉에서 시작해서 우저서원에서 중봉 조헌선생을 만나고, 지방무형문화재 통진두레놀이의 우(牛)공상 및 오천년 농경문화의 모태인 니탄층 모형과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통진두레문화센터로 안내한다. 이곳에서는 해설사의 전시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화센터를 나와서 월곶면 국제조각공원이나 애기봉에서 병자호란과 ‘애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한다. 기술센터에서 나와 대곶면에 있는 덕포진교육박물관을 관람하고 염하강이 보이는 덕포진과 손돌공 묘역에 들렸다가 대명포구에서 수산물 쇼핑이나 판매하는 물고기 종류를 관찰하고 답사를 마무리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는 문수산 산림욕장을 경유하는 등반 코스나 수안산과 대명포구를 연계하는 안내와 한국전쟁을 경험한 부모를 모시고 오는 경우에는 조강포구와 애기봉을 권한다. 서울이나 인근 도시에서 한강변을 따라 방문하는 차(다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운양리 용화사 명상센터에서 한강하구를 조망하면서 차 한 잔을 들고, 다시 월곶면 다도박물관에서 다기에 담긴 차를 내 몸에 모신 다음, 애기봉 가는 길에 있는 ‘차의 아버지(茶父)’ 혹은 ‘다선(茶仙)’으로 불리는 한재 이목(李穆 1471-1498)의 위패를 모신 한재당에서 다부(茶賦)를 생각하면서 차를 음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포에서 이와 같이 차(茶) 세 잔을 마시는 것을 필자는 ‘天ㆍ地ㆍ人을 위한 세 잔’이라는 의미로 정리한다.

자전거나 마라톤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는 하천 답사 코스를 권한다. 거물대천과 봉성포천, 서암천을 연결하는 왕복코스는 결코 짧지 않은 길이다. 장기동 청송마을 중간지점에서 출발하면 거물대천과 연결이 되고, 양촌면 구래리에서 출발해도 거물대천 하류에서 만나게 된다. 속도를 내지 않는 한가한 답사라면 서암천 중간에서 동을산리 문화마을에 들러 휴식 겸 정담을 나누는 시간도 따뜻할 것이다.

겨울에는 이곳에서 수많은 기러기들을 만나고, 봉성포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서는 갈매기들을 만날 수 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시기에는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오는 잉어들의 유영하는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고, 서암천에서 자생하는 창포를 만날 수 있다. 봉성포천이 끝날 즈음에는 봉성포천 옆에 있는 전류리포구에서 물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

해맞이를 시작해서 해질녘까지 물길을 따라가는 포구기행은 김포가 갖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다. 토정 이지함 할아버지가 정해놓은 ‘조강물참’에 따라 아침에 전류리포구에서 고양 이산포와 파주 심학산 사이에서 떠오르는 해맞이를 역류하는 조강물길과 마주하면서 답사를 시작한다.

1500년 전 백제와 고구려 전쟁에서 병사와 여인의 애절한 이야기가 남아 있는 연화봉에서는 삼국시대 전쟁의 의미를 살피는 것도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연화봉에서 마근포구로 이어가면서 강 건너 북한을 지평에서 바라보고, 가금리 500년 향나무를 지나 애기봉에서 조강을 조망한다. 계속해서 조강포구-강령포구-유도-갑곶나루-손돌목으로 이어간다.

지금은 개성관광을 가면서 박연폭포를 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조강포구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 박연폭포까지 걸어서 왕래를 했던 곳이다. 지금도 박연폭포를 다녔던 할아버지들이 이웃에 계신다. 강령포구는 TV드라마 ‘대왕세종’에서도 나온 곳이며 주변에는 땅에서 물이 솟는 용연과 문수산 자락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유도 앞에서 조강의 큰 품을 만나게 된다.(조강포구, 강령포구는 민통선지역으로 사전에 군부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강령포구에서 보구곶리로 나와 갑곶나루을 지나 포내리 김포CC 언덕에서 염하강의 손돌목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 다시 원머루나루로 서행을 하면서 포구기행의 반을 마치게 된다.

답사는 계절과 목적에 따라 장소가 다르다. 그리고 답사를 가치 있게 하는 것은 사전에 준비를 잘하고 설명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문화차원에서는 담당기관에서 자료집 발간이나 상설로 공연을 하고 체험하는 요소를 곳곳에 만들어 놓으면 답사의 가치를 배가시키게 된다.

통진두레문화센터에서는 김포의 무형문화인 통진두레놀이와 사우회다지, 김포지경다지놀이를 공연물로 재창조하여 상설 공연을 하거나 아니면 방학 기간에 한 두 번이라도 프로그램화 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김포를 알리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경계를 할 것이 있다. 우리 집을 근사하게 지어 놓고 이웃집 족보로 서재를 채우고 이웃 집 문화로 도배를 한다면 그것은 우리 집 가풍을 스스로 허물어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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