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배우는 미래의 공부법
- ‘열하일기’,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수’의 저자 고미숙

“살아있는 모든 것이 공부의 텍스트다. 먹고 살기 바쁠수록 공부해야 한다”

17일 김포시립도서관에서 열린 고미숙 작가 초청강연회에서 고작가는 “고전은 몸과 우주에 대한 탐구이다. 공부는 몸에서 시작된다”며 “공부는 다른 존재, 다른 인연의 장소에 들어가는 것이다. 공부를 하려면 필사적으로 공동체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44회 저자초청강연회 강사로 선정된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와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의 저자 고미숙작가는 이날 ‘고전에서 배우는 미래의 공부법’에 대하여 강연을 펼쳤다.

'열하일기'는 세계 문명의 보고서
부부간의 인연 자식간의 인연으로 시작해서 어린아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의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우는 것이 공부라고 말했다.

“우리 주위에는 상대가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나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넘친다. 그것은 자신의 박탈감 때문이다. 자신의 박탈감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러려면 스승을 만나야 한다. 고전이라는 스승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암 박지원 선생에 대해 “연암처럼 살고 싶다. 서양 낭만주의가 들어오면서 ‘천재는 불우하다’는 이미지가 주입됐다. 그러나 연암은 수난 없이 삶을 충만하게 채운 인물이다. 서사시적인 영웅일대기가 아닌 삶 그 자체가 공부였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교과서로서는 그 감동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고작가에 따르면 연암 박지원이 일생의 한 번 기회인 중국 여행에서 연경에서 끝난 게 아니라 왜 낯선 열하까지 갔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한다며, 열하에서 보고 들은 기술문명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보고들은 경험을 스스로 해체해 다시 구성해 낼 수 있었던 능력이 그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열하는 여러 문명이 치열한 가축을 벌였던 현장이었고 열하일기는 그곳에서 당시 생각지도 못했던 진귀한 것들을 모두 보고 상세히 기록한 세계 문명의 보고서라는 것.

“20세기 공부 자체가 완벽하게 마스터한다고 하더라도 ‘이용후생’을 넘을 수는 없다. 연암에게는 공부 아닌 것이 없었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놓지 말아야 하며 주위의 모든 것을 공부로 여겨야 한다”고 말해 공부의 개념을 교과 위주보다 광범위한 범주로 해석하기도 했다.

공부는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
또,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책 읽고 쓰는 것은 현실에선 이상이다. 일상생활에 치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책읽기란 현실의 한계에 부딪친다.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고견을 달라’는 질문에 “하루에 단 한 걸음만 옮겨도 10년 후엔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다”며 “아침에 30분, 저녁에 30분만 책 읽기에 투자하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답” 이라며 공부란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다른 주부청자의 ‘아들이 환타지 소설을 즐겨 읽는다. 엄마로서 좋은 책을 읽게 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는가?’ 에 대한 질문에는 “엄마와 아이가 읽는 책을 서로 바꾸어 읽어 보라”고 권한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가 읽는 책을 바꾸어 읽는 것을 통하여 서로를 이해하게 된단다.  또한 아이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 내어 책을 읽으라고 한다. 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럽게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라는 것이다.

또한, 아이에게 집착하지 말고 배짱 있게 내버려두면 아이는 긴장하며 스스로 자신을 챙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것들에 대하여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공부의 범주는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벌기 위한 사회적 활동을 위한 정규 교과과정이라고 생각되기 마련인데 고작가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통해 공부만 하는데도 먹고 살게 되더라” 면서 위 주장을 직접 증명하였다.

'새로운 도전' 강의장 열기 가득
북변동에 사는 주부 청자 고희남씨는 “고미숙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내 삶의 척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과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과 어떤 생각으로 키워야 하는지 많은 것을 배웠다”며 소감을 말했다.

또 다른 청자는 ‘십년, 이십년을 살아도 똑같은 공동체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오늘 강의를 듣는 것도 나에게는 새로운 공동체의 접속이고 공부였다’며 새로운 것으로의 도전에 상기된 얼굴표정이었다.

강의실을 찾은 주부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이미 강의가 시작된 강의실에는 빈자리 없어 강의실 뒤쪽에 서서 두 시간 동안 계속되는 강의를 들어야 했다.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데리고 온 주부들도 있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강의를 들으러 온 주부는 아이들이 보챌 것을 대비해 간식을 준비해 오기도 했는데 아이들을 돌보느라 강의에 집중 할 수 없었던 것을 안타까워했다.

도서관 측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강의를 들으러 오는 주부들을 위해 강의 시간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제도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채지인 시립도서관장은 “이번 저자초청강연회는 도서관 방문의 기회를 만들어 도서관의 필요성을 시민에게 널리 알리고, 유명 저자를 만나는 기회를 통해 독서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앞으로도 독서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시민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그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모쪼록 오늘 강연회에서 듣고 느끼신 감동이 오랜 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자 기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