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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해서 익힌 영어

난 영어를 정말 못했다. 가끔 30점 나오면 “우와. 찍었는데 30점 나왔어!” 할정도로 영어에 관심이 없었다. 영어를 잘하던 친구녀석은 영어선생님이나 부장선생님한테 칭찬 받으며 장래를 상담 받거나 하는데. 영어 못하고 수학 못하던 나는 교실에서 걸레와 빗자루를 친구삼아 장래에 대해 상담을 했다. 항상 녀석이 부러웠다.

영어를 영어로 말하면 English인줄 몰랐던 나였는지라,  영어공부는 택도 없었고 단어 몇 개 외우면 장족에 발전인 셈이었다.

부모님이 파격적인 제안을 해오셨다. 인도로 유학을 가게 된 것이다. 가서 못들을 말, 분통 터지는 일 다 겪어가면서 살았다. 내 나이 열여섯, 난 그때 한참 물러터진 감자처럼 병신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잎파리 찢어지듯 여린 아이였다.

그리고 나랑 같이 간 누나 형들은 “여기까지 왔는데 성공하고 가야지!”라며 각오까지 하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에 비하여 난 그냥 관.광.객. 정도였다.

인도에서의 첫 시험이 있었다. 영어가 아직 안되는 상황에서 ‘필사 암기다.’ 라는 정신을 가지고 시험에 임했다. 결과는 fail(탈락) 이었지만 꼴찌도 아니었고, 처음 치고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중요한건 다음날 조회 때 난 내 인생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창피와 비난을 당했다.

교장이 시험에 붙은 나보다 1살 더 많은 누나들을 칭찬하다가 떨어진 나를 보고 ‘노력을 안하면 저렇게 된다.’며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준 것이다. 나는 눈물이 울컥하고 나왔고 당장이라고 달려 나가서 따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아직 화장실 간다는 영어표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난 인도 메갈라야 실롱이란 곳에서 혼자 살았다. 이곳에서는 모든 일을 내가 알아서 해야했고, 돈도 계획해서 써가며 혼자사는 방법을 배워갔다. 말도 안통했기 때문에 물건을 사는 도중에도 많이 사기를 당했다.

또한 이곳에서의 사교 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인도에서 살면서 아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불편과 손실을 불러 온다는 것이다.

중요한건 나는 영어를 못했다는 것이다. 부정과 긍정에 대한 표시만 할 줄 알았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직 많이 모자랐다. 그래서 나는 누구를 만났을 때 난 반드시 웃음을 만들어 보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이름도 잊어버리지 않을 듯한 이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자랑스럽게 쓰던 ‘희대’라는 이름을 잠시 때어놓고 동네 꼬마가 지어준 “shaun"(숀)이란 이름을 쓰고 다녔다. 나중에 내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곳에서 수많은 사람과 알고 지내게 되었고, 결혼식에 초대받기도 하는 여러가지 그곳의 문화를 체험했다.  그렇게 난 1년 반을 실롱에서 살다가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 왔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유학을 다녀오면 영어를 잘하니까 당신도 유학을 가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살아야했기에 영어를 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살면서 얻는 수많은 경험들을 접하면서 나의 영어는 점점 다듬어졌고 수많은 영어단어들을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며 외우지 않아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단어를 외워야 한다.” 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영어단어를 모르면 영어 문장을 만드는 것과 뜻 이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어는 외워야 빨리 배운다?  라는 말이 될까? 내 경험은 그렇지 않았다.
영어는 외우는 것보다. 익히는 것이다.  외우는 것과 익히는 것 비슷할 것 같지만 다르다.

외우는 것은 하나의 개체를 오래 동안 기억하는 것이고, 익히는 것은 내가 본 것이나 쓴 것 즉 주의 환경에서 온 경험이 몸에 배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외우는 것은 금방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영어단어를 외우던 경험은 쉽게 잊어지지 않는다. 내가 격은 수많은 경험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처럼. 영어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분명히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집국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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