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석(45살, 양촌면)씨는 소박한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평범함 속에 행복에 대한 기준이 남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조종석씨는 자신은 자녀교육에 대해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자연스러운 가족의 유대관계가 좋은 해법이었을 거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전화 받고 참 많이 망설였어요. 자녀교육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지도 못하고 누구 앞에 이렇다하게 내세울 게 없거든요. 집사람한테 인터뷰 얘기를 했더니 ‘당신, 괜찮은 아빠야’라고 말해주더군요.”
아내 말에 힘을 얻었다며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따뜻한 눈길로 들여다보면 우리 주위에는 보석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하나쯤 주워 내주머니에 담고 싶은 이야기들. 그에게도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가족의 유대관계가 가장 좋은 해법

“어른, 아이라는 구분은 두지 않아요. 아이들에게도 집안 돌아가는 사정이나 어려움을 그냥 말해줍니다. 목욕을 할 때도 굳이 문을 잠그지 않는 게 우리 집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지요.”
조종석씨는 부모 자녀 간의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유대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은 원하는 모습대로 마음과 몸을 익숙하게 일치시켜 나가는 연습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우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하루에 한 끼 밥상을 가족이 함께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짜여진 일정에 바쁘고,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부모와 자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조종석씨는 빵 한 조각을 먹더라도 아침밥은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저녁시간도 맞벌이 부부라 되도록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아이들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약속을 정한다.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들

조종석씨는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3학년 학생이다. 아이들이 7시까지 학교에 등교를 하기 때문에 출근길에 데려다주게 되면서 이른 시간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시작한 것이 벌써 3년째이다.
“아이들에게 제 성적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잘해서가 아니라 가족이면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죠. 아들도 60점짜리 국어점수를 아무렇지 않게 말합니다. 그러고는 나중에 국어교사가 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네가? 라고 말하지 않고 그래 잘 해봐, 그런데 과목은 조금만 더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죠. 굳이 아직도 어린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면서 꿈을 꺾고 싶지도 않고 억지로 이끌고 가고 싶지도 않아요.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아이들도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손을 먼저 내밀 때가 많다고 한다.
“직장 내 싸이클 동호회에서 주말이면 자전거를 탈 때가 많은데 어느날 아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하더군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겉돌기 쉽고 부모와 정서적으로 멀어지기 쉬울 때인데 아빠가 손을 내밀기 전에 아들이 먼저 다가와준 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가 평소에 아이들과 자전거 여행도 하고 함께 산에 오르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기를 잘한 것 같다고 한다.
     
우리집 가훈은 ‘경천애인’

조종석씨네 가훈은 ‘경천애인’이다. 하나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그는 성서적으로 해석을 했다. 청년회 활동도 교회를 통해서 시작한 그는 자녀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데 교회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부모가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의 가족은 1년 전부터 함께 주일 새벽기도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종교에 대해서 강요하지는 않는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 보통 돌 무렵에 유아세례를 받도록 한다. 그의 아내도 그러자고 했지만 그는 평생 한 번 받는 세례를 부모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받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부모는 동기 부여자

그는 학교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에 대해서 좋든 싫든 아이들이 스스로 타당한 이유를 찾을 때까지 기다린다. 조종석씨의 두 아이들은 중학교 때에도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가 성적이 떨어졌을 때 스스로 학원을 가겠다고 결정하더니 다시 성적이 오르자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젠 혼자 해보겠다며 학원을 관두었다. 그 말 끝에 그는 “내가 아이들 생각을 존중한다는 게 어찌보면 기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네.”라며 사람 좋게 껄껄 웃었다. 

“그렇다고 공부하지 말라고는 안 합니다.(웃음) 동기부여가 더 중요한 거죠. 흥사단에서 하는 중국캠프나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보냈더니 딸 진영이가 자연스럽게 어학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짧은 기간에 뭔가를 얻을 거라는 기대보다는 경험 속에서 생각을 키우라는 의미였죠. 중 3때는 외고시험 준비를 하면서 영어에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아요. 외고에 가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동시통역관이나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됐어요”
그러면 영어 전문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는 “필요하면 말하겠죠.”라며 웃었다. 

나누는 삶이 행복한 삶 

“저도 아이들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누구나가 똑같은 방법으로 살 수는 없잖아요. 저는 아이들이 함께 나누는 삶을 살면서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욕심이 많다보면 갈등도 커지게 마련이죠.”

그러면서 조종석씨는 슬쩍 아내 자랑을 했다.
“허름한 집이지만 늘 내집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아내의 긍정적인 사고가 아이들을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 같아요.”

기준을 조금만 낮추면 행복은 그다지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봐주고 부족한 줄을 알면서도 다그치기보다는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이 아이들을 자기인생의 주인으로 바로 서게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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