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축적된 영농기술이 식량난으로 힘든 북녁을 돕는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소장 정문영)가 북한에 직원을 파견, 14년간 축적된 '찰쌀보리' 경작 노하우를 북한에 전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10월 31일 김포시농업기술센터는 개성시 송도리협동농장에서 찰쌀보리 재배를 위한 기술지도를 실시했다.

이번 방북 기술지도는 당초 9월말경으로 예정됐으나 정상회담관계로 일정이 늦춰졌다. 농기센터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파종에 대한 서면 지도를 실시한 뒤 이날 고재동 농기센터 작물계장을 파견하여 상황점검과 함께 현지지도를 수행했다. 현지지도에는 통일농수산사업단 관계자 등 10여명이 동행했다.

북한 송도리농장 찰쌀보리 지도사업은 통일농수산사업단, 6.15경기본부, 전농경기도연맹의 주관하에 김포시농업기술센터가 기술지도를 담당하고 있다.

도전적으로 축적한 김포시의 통일역량

▲ 고재동계장

찰쌀보리는 일반 보리와는 달리 쌀과 함께 밥을 지을 수 있고 밥맛도 좋아 식량이 부족한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모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건은 기후조건이다. 찰쌀보리는 올보리와는 달리 온도에 매우 민감하여 쉽게 얼어죽고 만다.  맨처음 김포시에서 찰쌀보리를 도입할 때도 농촌진흥청에서는 김포시에 종자를 보급하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 적지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김포시관계자들은 찰쌀보리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1994년 당시 찰쌀보리 종자를 구하러 농촌진흥청 맥류연구소에 갔던 고재동씨(김포시농업기술센터 작물계장)는 "맨 처음엔 김포에서 무슨 찰쌀보리가 되느냐며 종자를 줄 수 없다고 해서, 종자를 주지 않아도 좋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관계자를 식당으로 불러내어 술한잔을 하고서야 겨우 20kg의 보리종자를 구할 수 있었다"며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20kg의 종자로 600평에 시험재배를 하였다. 처음엔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3년동안의 시험재배끝에 김포시는 마침내 봉성리, 누산리, 걸포리 등 김포전역에 대단위 찰쌀보리단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김포시의 찰쌀보리재배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현재는 300평에서 350kg의 보리를 수확하고있다.

월동전 3~4매의 잎을 확보하는게 핵심기술 

▲ 박혜란 기사장

송도리협동농장에 도착하자마자 고재동계장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한참을 둘러 본 고계장은 "됐습니다. 이 정도면 얼어죽지 않습니다. 내년에 정상적인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며 묵은 체증 털어내듯 도착 일성을 토해냈다. 동시에 고재동계장의 입만 바라보던 일행들은 모두 '아!'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김포시농업기술센터측에서는 무슨일이 있어도 9월말 이전에 보리의 파종을 마쳐야 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왔다. 그래야만 적당히 깊어진 뿌리와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관계자들의 애타는 마음과는 상관없이 북한은 9월15일 이후 모든 물자와 사람들의 통행을 중지시켰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사업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는 서둘러 찰쌀보리 종자와 비료등을 개성에 보내놓고, 6.15경기본부를 통해 북한으로 공문을 보냈다. 찰쌀보리 파종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서였다. 다행이 북한에서도 일반적인 보리 재배는 해오고 있었다.

보리는 다비성 작물…비료 투여가 수확량 결정의 관건
"300평당 보리 수확량이 얼마나 됩니까?"
"보통 250kg 정도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보리는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입니다. 벼보다도 훨씬 더 많은 비료를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김포처럼 다수확을 할 수 있을겁니다. 김포는 350kg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박혜란(37세) 송도리협동농장 기사장(기술담당)은 고재동계장의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고재동 계장도 눈으로는 농장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논과 밭의 산도는 어떻습니까?"
"토양개량은 어떻게 합니까?"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

압니다…그러나 조건이 문제 
송도리협동농장엔 여러동의 하우스가 있는데 남측에서 한동만 시범포를 세운뒤 자재만 지원을 했더니 농장사람들이 똑같이 하우스를 지어 놓았다. 그리곤 남한의 하우스농민들이 그렇듯 작물의 회전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오이, 배추, 파, 치커리…고재동계장의 눈이 오이에서 멈추어 섰다. 고계장의 날카로운 질문에 박혜란 기사장은 멈칫 했다가 이내 한 수 배우기로 맘을 먹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볏집을 썰어 넣으면 상당한 지력을 확보할 수가 있습니다"라며 오이의 실패 원인을 지력에서 찾는 고재동계장의 말에 박혜란 기사장은 한숨을 쉰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겨울에 땔감이 없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노지는 몰라도 하우스 안에서는 지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농사를 계속 할 수 없습니다"

찰쌀보리 통한 이모작 영농 주력
주식과 관련된 남한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미질을 개선하여 국민들의 쌀 소비량을 늘리는가'에 있다. 그러나 북한의 고민은 아직도 '과거의 녹색혁명'을 꿈꾸고 있다. 김정일위원장도 '전 국토를 이모작해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려놓고 있는 마당이다.

이러한 때에 시작된 김포시의 찰쌀보리 지도사업은 북한으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찰쌀보리는 찰기가 많고 쌀과 함께 직접 밥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식량적 측면으로 보면 쌀과 같은 작물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즉, 찰쌀보리농사가 정착 되면 1년에 벼농사를 두번 하게되는 셈인 것이다.

찰쌀보리를 심으려면 조생종 벼를 심어야만 한다. 그래야 월동에 필요한 보리의 잎수를 확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당한 비배괸리와 배수조건등 지역에 맞는 영농기술도 요구된다.

찰쌀보리 이모작과 관련하여 농기센터 고재동 계장은 "벼는 지력을 수탈하는 작물" 이라며 "하지만 보리는 뿌리가 깊어 콩과 함께 지력을 돋구는 토양개량 작물" 이라고 했다.

고재동계장의 말처럼 찰쌀보리와 벼의 이모작영농기술이 척박한 북한의 토양개량과 함께 부족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산업으로 자리잡아 통일비용을 줄이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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