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40대 나이로 귀농…6천여평 땅 포도·배 경작하며 영농일기

“포도 한 알을 먹고 씨앗을 함부로 뱉어내지만 인간은 그 버린 작은 씨앗조차도 만들지 못합니다” 그의 생명관은 사람의 관점을 넘어 생명의 관점이다.

“400년 된 느티나무의 가지를 결코 잘라 본적이 없습니다.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한 것이 가지치기인데 입장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면 너무나 인간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는 모습 아닙니까?”

그래서  엄청난 굵기의 느티나무와 가지들이 그 긴 세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땅에 닿았던 가지들이 다시 땅을 짚고 하늘로 자라는 모습이 정말 대단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땅으로 늘어뜨린 가지를 다시 하늘로 올리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 생명의 신비다.

대곶면 대명리에서 400여년전 13대 할아버지가 심어놓으셨던 그 느티나무와 바로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이택수(56)이사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자연과 하나, 자족하는 자유로운 삶”이 어떠한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젊은시절부터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백만원이 있으면 80만원만큼의 사업을 하면 늘 20만원 남는 경영을 할텐데, 1백5십만원 이상어치의 경영확장을 통해 고통받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자족하는 삶 가운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사람이고 싶었죠”

10년 전인 40대 중반에 더 벌리고 싶은 사업확장보다는 귀향을 해서 지금까지 6천여평의 땅에 포도와 배 등을 경작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사업적 접근도 지인을 통한 자연스런 유통망을 확보하였고 친척들이 그의 집에 자주 오는 것은 사람들이 오는 것을 늘 반가워하는 그의 탓이기도 하다. 그의 지인들은 그가 농사 짓는 것을 돕는 것을 아주 즐거워한다.

늘 “제발 불러달라”며. 더구나 그런 자연묵향을 즐기며 최근 몇 년째 서예에 대한 애정으로 붓을 잡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우공이산’이란 말을 좋아해서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신을 표현하는 바와 같다.

“농사를 짓다보니 자연히 영농일기를 쓰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이리저리 치우치지 않고, 시와 때를 가릴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축척한 그 정보를 통해 예측이 가능한 계획영농을  할 수 있었지요.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차분하게 여러해 쓰는 영농일기를 통해 본인은 늘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고 있다.
그렇게 성실하고 차분한 다정한 아버지로 자녀들이 자랄 때는 함께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소위 자식농사도 잘 지었다.

큰 딸이 연대와 동대학원을 나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고 아들 또한 연대 국어국문학과를 다녔다.

“사람이 나중에 결국 무엇이 남습니까? 부도 아니요. 반듯하게 산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명예아닐까합니다. 짧은 세상 살면서 그러고 살면 안되는 일들을 하면 안되지요. 정말 재미있게 살아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재령이씨 21대 종친회 총무를 맡아 대동보와 족보를 발행했고 시제를 10년이나 차렸다. 이제는 감사로 봉사하고 있다.

물론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자식들 또한 그렇게 잘 키워준 아내 (안미환)는 직장 생활도 하고  농사도 같이 짓는다.

“아내는 어떨지 몰라도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우리 가정을 행복하게 가꾸어준 아내와 다시 부부인연이 되고 싶습니다”

400년된 느티나무의 좋은 기운과 함께 조금도 넘치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사는 이택수 이사는 그래서 늘 행복한 사람이다.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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